재능 학습지 노조 농성장 방문기

Posted at 2011. 11. 25. 16:08// Posted in 연대

  며칠째 쳐진 기분을 만회하기 위해 전부터 생각만 하고 있던 일을 하나 실천하기로 했다. 바로 재능 학습지 노조의 농성 현장을 찾아가서 지지와 연대, 그리고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기로 한 것.(재능 학습지 노동자 농성에 대해서는 아래 참조) 쌩뚱맞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재능 학습지 노조의 농성에 대한 내용을 알게된 후부터, 그리고 좀 더 가깝게는 최근 유명자 지부장의 인터뷰를 본 후부터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날씨도 차가워졌는데, 거리에서 노숙 농성이라니 얼마나 춥겠는가... 그래서 생각한 아이템이 수면 양말! (내가 산 양말의 사진을 못찍었다...ㅠ.ㅠ 아래는 그냥 비슷한 양말의 이미지.) 최대한 따뜻하게끔 긴 걸로 사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내가 산 양말도 이것과 비슷하게 생겼다. 사진을 찍었어야 했어.ㅠ.ㅠ

  양말만 딸랑 드리기에 좀 뭐해서 엽서를 한 장 쓰기로 했다. 마침 집에서 얼마 전 책 샀을 때 출판사에서 보내온 전태일 40주기 기념 엽서 발견. 노동자에게 연대의 뜻을 표하기에 이 얼마나 완벽한 아이템인가!!

   "(전략).. 저도 노동자였고, 또 아마 다시 노동자가 될 것이고. 제가 두 아이의 아빠인데 그 두 아이도 노동자가 될거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니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싸우고 계신 분들이 저나 제 아이들의 몫까지 일하고 계신 거구나...하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든 지지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 용기를 내봅니다....(후략)"

 

                               이것이 엽서의 앞면... 메시지를 적은 쪽은 부끄러워서 안찍음

  일단 엽서를 쓰고 연대 아이템을 결정한 후 시청역으로 출발... 시청 광장 맞은 편 재능교육 건물 앞 농성장을 두 눈으로 확인했다. 그럼 이제 아이템을 구매할 차례. 그런데 마땅한 마트나 뭐 그런게 없어서 롯데 백화점 근처까지 도보로 이동해서야 양말을 파는 노점상을 발견했다. 노점상! 이런 일에는 노점상이 딱이다. 구매하는 과정에서도 어쩐지 돈 많은 회사에서 사고 싶지가 않거든! (절대... 저렴해서 그런거 아니다...ㅎㅎ) 해고자가 12명이라고 들어서 양말 12켤레 구매 후 편의점에 들러서 봉투를 사서 넣고, 엽서도 같이 넣었다. 이로서 준비 완료!

                     여기가 농성장. 1436일째 농성 중이라는 글자가 눈에 확 들어온다.
                            말이 1436일이지.... 언듯 보기에도 참 추워보인다. 


  그런데 준비완료한 시간(11시 반쯤?)이 되니 농성장을 지키고 계시던 한 분 외에 다른 분들이 10여분 와서 일종의 약식 집회를 한다. 노래도 부르고... 발언도 하고... 아마 매일 이 시간쯤 하는 모양. 문제는 내가 좀 숫기가 없어서 이렇게 사람이 많으면 다가갈 수가 없다는 거다. 그래서 약식집회가 해산하기를 기다리며 근처에서 커피 한잔... 12시 가까이 되어서도 계속 집회중이라 밥도 먹고 다시 와 보니 비로소 다시 한산해졌다. 

  조심스레 다가가서, "저기... 안녕하세요?"하니, 농성하시던 여자분(아마 해고자 중 한 분이 아닐까?)이 웃는 낯으로 인사를 받아주신다. 뻘쭘했지만 용기를 내서 나는 지나가던 시민-_-;;;인데 기사를 보고 너무 추우실 것 같아서 양말을 가져왔다고 내미니 깜짝 놀라며 반기신다. 이름이라도 알려달라고 하시길래 "이름은 알아서 뭐하시게요..."하면서 그냥 가려다가 문득 기사에서 본 '재능교육 OUT 국민운동본부'의 1500인 선언이 생각나서 물어보니 아직 1500명 다 안찼단다. 온 김에 서명하고 선언기금 1,500원 납부. 자연스럽게 이름 및 신원도 노출.ㅎㅎ 트윗 계정 있냐고 물으시길래 알려드리고, 추워도 힘내시라고 말씀드리고 돌아섰다. 참, 자료집도 한 부 받았구나.

1500인 선언 링크 : http://www.eduwork.org/detail.php?number=1545&thread=11r08r03

  사실 단체가 아닌 개인으로 농성장 같은 곳을 대뜸 방문하는 건 난생처음인지라 (그냥 계좌로 돈이나 입금했지...) 참 뻘쭘했는데, 인상 좋으신 농성자분 너무 반갑게 맞아주셔서 기분이 아주 좋았다. 돌아서 나오는데 절로 휘파람이 나오는... 며칠째 시청 집회를 갈 수 없는 현실에 우울한 마음이 한 방에 펴지는 기분이었다.

  혹시 시청 주위에서 근무하거나 약속, 집회 등으로 그쪽에 가시는 분들 있으시면 한 번 들러서 지지의 뜻을 표현해주시면 참 좋을 것 같다. 생각보다 기분이 많이 좋아진다. 추운데 따뜻한 음료 한 잔 사드리고... (보통 한 분이 지키는 것 같다. 약식집회 하는 시간 빼고.)

  사람들이 많이 가서 힘을 주면 좋겠다. 하지만 실은 사람들이 많이 갈 필요도 그럴 시간도 없게, 이제 그만 잘 해결되어 농성이 끝나면 더 좋겠다.

  우리가 흔히 '비정규직'이라고 뭉뚱그려 부르는 고용유형은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계약 기간이 정해져 있는 '기간제'(가장 흔한 형태), 통상적인 노동 시간보다 짧은 시간 근무하는 시간제(그러나 우리나라는 보통 시간제와 계약직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편이다), 파견/도급/용역/사내 하청을 통칭하는 '간접고용', 그리고 실질적으로 고용된 것과 다름 없이 기업의 지시대로 일해야 하는데도 형식상으로는 사업자끼리의 계약으로 되어 있는 '특수고용'이다.

  이 중 재능교육 선생님 (흔히 빨간펜 선생님으로 상징되는)은 네 번째 특수고용에 속한다. (90년대까지는 회사 정규직이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의 보편화와 함께 고용형태가 변경된 경우다.)이 분들은 실제로는 고용된 직원과 다름 없음에도 계약상으로는 개인 사업자로 되어 있어 근로기준법의 적용도 어렵고, 노조 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기도 어렵다.

  이와 같은 어려움 속에서 1999년 노조를 설립하고 2000년 7월 비정규직 최초로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교재개선위원회활동과 부정영업근절 활동을 하며 특수고용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그리고 회사의 노조 와해 공작에 맞서 싸워왔던 노조는 2007년 회사의 수수료제도 개악안에 맞서 그 해 12월 21일부터 농성에 들어갔다. 그러자 사측은 전체 조합원을 해고하고, 노조 사무실을 폐쇄하고, 용역을 동원해 노조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법원에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업무방해금지가처분신청'을 내 노조원들이 회사에 접근할 때마다 한 명당 하루 백만 원씩 손해배상금을 청구하게 했다. 그렇게 제소한 금액이 20억이 넘어 노조원들의 집에 가압류 딱지가 붙어 있다. 노조는 사실상 와해되었으며, 현재는 12명이 남아 해고자 복직과 특수고용노동자의 기본권 보장을 외치며 싸우고 있다.

관련링크::
재능교육, 이 정도로 활당할 줄 몰랐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548358
압류딱지로 돌아온 재능교육의 '행복경영'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26505
김규항의 좌판(5) : 유명자 학습지노조 재능기업지부 지부장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11151953445&code=2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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