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 관한 두 가지 단상

Posted at 2012. 4. 4. 09:48// Posted in 시사

1. 환원주의적 오류

민주당에도 꽤 좋은 정치인들이 많다. 천정배, 최재천, 이종걸, 정동영(이 사람은 진짜 환골탈태한 것 같다..), 김정길, 김정애 같은 사람들은 어느 정당의 누구와 비교해도 매우 훌륭한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이 많으니까 민주당도 좋은 정당이려니 생각한다면, 그런 것을 두고 환원주의적 오류(반대로 집단의 정체성을 보고 개인을 판단하는 것은 생태적 오류)라고 한다. 개인으로서의 정치인들이 좋은 것과 그 사람이 소속된 정당이 좋은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특히 그 정당이 지난 날에 다수당이었을 때 제대로 된 개혁을 전혀 못했다든가, 위에 언급한 좋은 정치인들의 당내 입지가 취약하다든가, 좋은 정치인들의 수만큼 (혹은 더 많은) 나쁜 정치인들을 가지고 있다든가, 당내 헤게모니를 가진 정치인들이 과연 좋은 정치인들이라 할 수 있는 지 헷갈린다면 더욱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혹시 야권단일후보에게 투표하기로 결정한 사람이라도 정당투표에 있어서는 아주 신중할 필요가 있다. 총선이 끝난 후에 만약 민주당이라는 정당이 다수당이 되어 있다면, 더욱 주의해서 이들을 살펴보고 견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민주당이 단독과반은 안되고, 진보정당들과 합쳐서 과반이 되는 것이 최선일 것같다. (이 경우 진보정당들의 의석이 적을 경우 새누리당의 의석이 지나치게 많아진다는 역효과가 있긴 하다.)


2. 예의

예전에 모 정치인이 '진보정당에 투표하는 것은 사표'라는 발언을 한 적이 있었다. 자신의 정당을 밀어달라는 의미였겠지만, 이른바 '개혁적' 진영에 속한다는 정치인이 할 말은 아닌 것 같다. 누구에게 투표를 하든 그것은 본인의 정치적 의사표현이다. 단순다수대표제하의 선거는 전략적 투표를 강요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전략적 투표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그 표가 향하는 정당이 우리 사회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지만 아주 소중한 가치를 대변하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최근에 어떤 정당의 지지자들이 다른 어떤 정당에 대한 투표는 사표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SNS에서 더러 볼 수 있는데, 이건 정말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못한 행동이다. 자신의 그런 행위가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주관적으로 이번 선거에서는 정당투표 4번과 11번, 16번은 서로 다르지만 중요한 가치를 담고 있다고 생각하며, 서로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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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조작

Posted at 2012. 3. 20. 22:37// Posted in 시사
최구식이라는 양반의 보좌관이 선관위 홈페이지를 디도스 공격했고, 의원은 몰랐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은 실소를 날렸다. 물론 사건의 본질은 최구식이 그 사실을 알았냐 여부에 있지 않은 일이지만 그걸 떠나서 보좌관이 한 일을 국회의원이 전혀 몰랐다는 것이 말이 되냐는 반응도 많았다.

임종석 전 의원이 사무총장 - 국회의원 후보가 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비판을 했던 것은 저축은행비리와 관련해 보좌관이 돈을 받았다는 것이 법정에서 인정되었다는 점에 기인했다. 임종석 의원의 주장대로 그가 몰랐을 수도 있으나, 알았다면 공범이고 몰랐다면 직무유기에 해당한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 이정희 의원의 보좌관이 저지른 일종의 '부정선거'로 인해 이정희 의원은 재경선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후보직 사퇴가 아닌 재경선인 이유는 보좌관 개인의 행위였을 뿐 조직적 부정경선은 아니라는 데 있다고 한다. 하지만 위의 두 사건에서 우리가 국회의원 - 보좌관을 연결지은 방식을 고려해볼 때, 보좌관의 '개인적(이라 주장되는)' 행위는 조직적 행위에 준하게 취급받는 것이 옳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정희 의원이 후보 자격을 포기하는 것이 더 적절한 대응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정희 의원을 매우 좋아하고, 그녀가 지난 4년간 국회 안팎에서 해온 일들에 비춰 그녀에게 신뢰를 가지고 있으며, 다음 국회에서 그녀를 보고 싶고 또 통합진보당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길 바라지만, 그래도 이렇게 넘어간다면 진보정치가 기존정치와 차별화된 신뢰를 심어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한가지 꼭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렇게 부정을 저지르기 쉽게 만들어진 경선 시스템의 문제다. 이건 경선 시스템 자체가 부정을 유도하는 수준으로 설계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물론 시간적, 제도적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어 이렇게 되어 있었겠지만 시스템의 상태로 볼 때 아마도 이런 식의 경선조작은 이미 '업계에서는 당연시되는' 수준의 일이 아니었을까. 잘못된 제도는 행위자의 부적절한 행동유인을 증가시키고, 이는 결국 잘못된 행위로 이어진다는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 아는 것 아닌가. 이런 시스템에 의존한 단일화니 경선불복하겠다는 사람도 나오는 것일게다.(물론 불복이 잘하는 거란 말은 아니고.)

여튼 경선문제에 성추행 전력에.... 또 한 쪽에서는 경제민주화 의지가 있네 없네 하고 있고(사실 난 전부터 없다고 생각하긴 했다.)... 이러다 진짜 새누리당이 과반정당 될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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