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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만복 칼럼]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소득중심 원칙으로 개편하자
Posted at 2014. 6. 30. 21:38// Posted in 시사지난 14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종대 이사장이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기획단' 회의 자료를 자신의 블로그에 전격 공개했다. 부과체계 개선안과 모의 운영 결과를 담은 내용이다. 언론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의 변화가 목전에 온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 갔다.
건보공단, 복지부 사이 심상치 않은 긴장
아직 논의 중인 민감한 회의 자료를 공개하는 건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곧바로 보건복지부 문형표 장관이 이를 부정하고, 뒤이어 김 이사장이 원래의 글을 삭제했다. 해프닝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을 둘러싼 물밑 논의가 심상치 않음을 시사한다.
실제 현행 건강보험료 부과체계가 상당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김종대 이사장이 공개한 개선안이 기존의 부과체계를 크게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고, 그의 지위를 고려하면 나름대로 무게 있는 카드이기도 하다. 정부도 하반기에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번 기회에 부과체계 개편 방향을 짚고 넘어가자.
사회보험에서 부과체계는 보험료를 어떻게 걷느냐는 규칙이다. 대부분 국가에서 사회보험의 보험료 부과체계는 가입자의 소득을 기준으로 일정 비율의 보험료를 걷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는 사회보험을 운영한 오랜 역사 속에서 소득에 정률의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이 가장 형평성 있고 안정적인 재정 확보 방안이라고 여겨 왔기 때문이다.
형평성 문제 심각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그러나 한국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는 무척 복잡하다. 우선 가입자를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구분한다. 직장가입자의 경우 다른 사회보험과 마찬가지로 임금소득에 일정 비율(2014년 5.99%)을 보험료로 부과한다. 다만, 임금이 아닌 소득(금융 소득, 사업 소득, 임대 소득 등)의 합이 연간 7200만 원을 넘는 경우에는 이 금액에도 같은 비율의 보험료를 부과한다(이와 같은 경우는 매우 적어 대부분 직장가입자는 소득에 정률의 보험료를 낸다고 볼 수 있다).
지역가입자는 직장가입자와 달리 소득뿐 아니라 재산과 자동차에 각각 등급을 설정하여 등급별 점수에 일정 금액을 곱하여 보험료를 부과한다. 지역가입자의 소득은 직장가입자와 달리 모든 소득을 합산하여 산정하며, 재산에는 건물, 토지, 선박, 항공기 등뿐 아니라 전·월세 보증금도 포함된다. 특히 지역가입자의 신고 소득이 연 500만 원 이하면 소득 등급이 아니라 '생활 수준 및 경제 활동 점수'로 불리는 일종의 추정 소득을 기준으로 점수를 산정한다. 이 추정 소득은 신고된 소득 외에 재산, 자동차, 가족 수, 연령 및 성별까지 고려하는데, 이렇다 보니 연 소득 500만 원 이하의 지역가입자의 경우 재산이나 자동차 항목은 보험료 산정 시 두 번 계산되는 셈이다.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중요한 차이는 보험료를 부과하는 단위에서도 존재한다. 직장가입자는 개인에게 보험료가 부과되며, 가족들은 피부양자로서 추가적인 보험료 부담 없이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다. 반면에 지역가입자는 소득, 재산 및 자동차 산정 시 가구단위의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모든 가족이 보험료 부과의 대상이 된다.
이와 같은 국민건강보험료의 부과체계는 여러 가지 이유로 비판을 받아왔다. 가장 큰 비판은 동일한 정도의 경제적 능력을 갖춘 사람이 어떤 직역에 속해있느냐에 따라 보험료가 상당히 큰 폭으로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5억 원짜리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직장가입자인 경우에는 집 소유 여부가 보험료와 아무 상관이 없지만, 지역가입자인 경우에는 상당히 중요한 요소가 된다. 소득은 없이 자산만 보유한 노인의 경우 자녀가 직장을 다닌다면, 피부양자로서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자녀가 없는 경우에는 지역가입자로 자산에 기초한 보험료를 내야 한다.
은퇴 시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바뀐 결과, 소득이 줄었는데 보험료는 늘어나는 문제는 널리 알려진 바 있다. 가입자 간 형평성 문제 외에도, 유동성이 아닌 재산이나 자동차에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의 문제나 제도가 너무 복잡하여 이해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늘 지적됐다.
'소득 중심' 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맞다!
김종대 이사장이 잠시 공개했던 개편안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와 같은 문제들을 상당 부분 해결할 방안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이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므로 이를 정부 안으로 볼 수는 없지만 대략 언론 보도를 요약하면 다음 세 가지가 개편안의 핵심이다.
* 직장 가입자와 지역가입자 모두 소득을 단일 기준으로 일정비율(5.79%)의 보험료를 부과
* '소득'의 기준은 가입자 구분 없이 근로소득과 근로 외 소득을 모두 포함한 '종합소득' 기준
* 최저보험료로 현행 직장가입자 최저보험료 수준(월 8240원) 설정
또한 이 방안은 '재정 중립'을 표방하고 있었는데, 이는 곧 보험료 부과체계를 이와 같이 바꿀 경우에도 전체 보험 재정은 종전과 같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개편안은 앞서 언급한 문제점들을 대부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사실 보험료 부과 기준을 단일하게 소득 중심으로 하고 모든 가입자에게 정률의 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식은 많은 전문가나 보건의료단체에서 지지해 온 방식이며,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는 방법이다. 이와 같은 방안을 취할 경우 직역에 따른 부과 기준 차이로 발생하는 형평성 문제는 거의 없어지며, 재산이나 자동차에 대한 보험료 부과 및 제도의 복잡성 문제도 대부분 해결된다. 피부양자에 관한 문제는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으나, 이와 같이 제도를 변경할 경우에는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근본적인 차이가 없어지기에 이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도 열린다고 볼 수 있다.
직장인만 봉이냐고요? 사장도 직장가입자
이와 같이 보험료 체계가 개편될 경우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담 구조는 상당 부분 달라진다. 현재 지역가입자의 대부분이 연간 소득 500만 원 이하에 해당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은 상당 부분 감소하며, 특히 소득이 파악되지 않는 약 55%의 지역가입자는 기본보험료만 내게 된다. 반면에 직장가입자는 주식에 대한 배당이나 금융 자산에 대한 이자 등이 종전과 달리 보험료 부과 대상이 되면서 보험료가 상당 부분 상승한다. 언뜻 보면 '또 직장인만 유리지갑이고 봉이냐?'는 반발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정의를 좀 더 살펴본다면 이는 달리 볼 여지가 있다. 현재 국민건강보험법상 직장가입자는 '모든 사업장의 근로자 및 사용자와 공무원 및 교직원'으로 정의된다. 흔히 인식하는 것처럼 임금 노동자만 직장가입자이고 사업주, 고소득 전문직, 자영자 등이 지역가입자인 것이 아니라 임금 노동자, 사업주, 고소득 전문직은 대부분 직장가입자인 것이다. 특히 사업주나 고소득 전문직은 직장가입자가 됨으로써 소득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임금 외 수입에 대해 보험료를 면제받을 수 있었다.
반면에 지역가입자는 한 명의 직원도 두지 않는 영세자영자와 함께 농어민이나 이렇다 할 소득이 없는 사람들을 포괄하고 있다. 이렇게 구분하고 보면 지역가입자의 대부분이 소득이 없는 것이 단지 소득 파악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구성을 고려하면, '소득이 없거나 적지만 주거용 주택이나 자동차를 보유한' 지역가입자로부터 '임금 외에도 다른 소득이 있는' 직장가입자로 보험료 부담이 옮겨지는 것이 결코 사회정의에 어긋난다고 볼 수 없다.
물론 그렇다고 이번에 보도된 방안이 완벽한 대안은 아니다. 여전히 우리가 주의 깊게 논의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다. 하나씩 살펴보기로 하자.
과제 1: '건강보험 하나로'로 건보 재정 늘려라
첫째, 건강보장의 재정 문제다. 김 이사장이 공개했던 안에서는 보험료 부과체계를 변경해도, 보험 재정은 현재 수준에서 유지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는 좀 더 구체적인 제도의 구성 및 운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현재 지역가입자 보험료의 절반 이상이 재산과 자동차에 대한 보험료임을 고려한다면, 직장가입자의 소득 범위를 확대 적용해도 부과체계 개선이 보험 재정에 어려움을 가져올 가능성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지난 2011년에는 '건강보험공단쇄신위원회'에서 소득 중심의 부과체계 개편과 함께 소비세 활용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사실 부과체계의 변화뿐 아니라 인구구조의 변화와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라는 과제를 생각한다면, 보험 재정 규모는 부과체계의 형평성 못지 않게 중요한 과제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등 일부 복지시민단체들이 건강보험료를 더 내고 보장성을 더 확대하는 '건강보험 하나로'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비세는 기존의 건강보험료보다도 더욱 역진적인 재원이기에 건강 보장의 형평성을 악화시킬 것이다. 이와 달리 건강보험 부과체계의 형평성 개선과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이 연계된다면 국민의 의료비 부담 감소, 사회적 연대를 동시에 추진할 수 있다.
과제 2: 종합소득 과세 기반 확충하라
둘째, 사회적 수용성의 문제다. 이미 공개된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선안에 대한 언론의 보도는 긍정적인 것도 있었지만, 부정적인 것도 있었다. 부정적인 언론이 내세운 가장 핵심적인 논리가 '공식적인 소득이 없는 자산가'의 문제였다. 월 100만 원을 벌어 빠듯하게 생활하는 사람은 보험료를 내지만, 수억 원의 재산을 가진 자산가는 보험료를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비판은 그 의도가 무엇이든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특히 한국의 연금제도 미성숙으로 고령자 대부분이 소득은 없지만, 그중 일부는 부동산을 위시한 상당한 자산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특수성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것이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을 근본적으로 가로막을 문제라 볼 수는 없다. 부과체계 개편의 방향이 옳다면 이와 같은 문제들은 오히려 정책적 보완이 필요한 과제로 볼 수 있다.
가장 기본적인 방안은 재산에 의한 소득을 철저히 파악하여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이다. 즉, 임금 소득보다 상대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임대 소득, 사업 소득, 금융 소득 등을 지금보다 철저히 파악하여 보험료를 부과하면, 고액 자산가의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된다. 또한 꼭 보험료의 형태는 아니더라도 양도소득세나 상속세와 같이 부정기적으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한 철저한 과세, 종합부동산세와 같은 재산세의 강화 등을 통해 공공 재정 세입에서 고액 자산가에 대한 형평성 문제는 개선될 수 있다. 제도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을 고려한다면,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과 함께 적어도 임대, 사업, 금융 소득에 대한 소득 파악을 강화하는 조치는 필요하다.
이런 조치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한다면, 재산에 의한 소득 파악과 과세 진행 속도에 맞추어 과도적으로 일정 규모 자산을 가진 지역가입자에게 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고가의 자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소득이 없다는 이유로 건강보험료를 사실상 내지 않는면 이는 전체 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작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이와 같은 경과적 조치를 둘 경우에도 '소득 중심'이라는 원칙은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과제 3: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 마련하라
마지막으로 건강보험료로 가계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저소득층의 문제다. 지난 2011년 건강보험공단에서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약 3.35%는 5000원 미만, 2.19%는 1만 원 미만의 보험료를 내고 있었다. 이를 토대로 보면 이번 개편안처럼 8240원의 기본 보험료가 부과된다면, 약 5%의 가구는 보험료 부담이 늘어난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를 제외하고 보면, 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빈곤한 이들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의 개편은 빈곤한 가구에 대한 보험료 부담 경감, 면제 정책과 함께 추진될 필요가 있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열어 놓고 전면 논의하자
김종대 이사장이 공개한 부과체계 개편안은 그 이후 문형표 장관의 비판, 새정치연합 최동익 의원을 비롯한 국회 쪽 비판, 그리고 언론에서 이루어진 몇 차례 심층 취재 등을 거친 후 수면 아래로 내려가 있다. 특히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공단이 제도 개편을 논의하는 기관이 아니라며, 이사장이 블로그를 통해 사실상 공론화 작업을 벌인 것에 매우 부정적인 견해를 제시하였다.
가입자의 처지에서 보면 공론화 형식은 본질적인 사안이 아니다. 건강보험료 형평성이 이미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과제라면 논의를 활짝 열어야 한다. 그게 보건복지부가 할 일이다. '소득 중심 부과체계'로의 이행 속도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겠지만, 이 논의의 시급성에 대해서는 이견의 여지가 없지 않은가?
※ 프레시안에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칼럼으로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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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만복 칼럼] 이건희 회장의 건강보험료가 적은 이유는?
Posted at 2014. 1. 20. 12:39// Posted in 시사올해 뜨거운 감자로 등장할 주제 중 하나가 국민건강보험료 개편이다. 정부는 작년에 기획을 꾸리고 개편안을 마련 중이다. 국민 다수의 보험료가 변동될 수 있어 이를 둘러싼 논란이 클 것이다.
얼마 전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건강보험료가 고소득 직장가입자 건강보험료의 절반에도 못미친다는 기사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언뜻 대기업 총수의 도덕적 해이에 관한 기사로 들리지만, 실은 현재의 건강보험 부과 체계가 지닌 문제를 지적한 것이었다.
이건희 회장의 국민건강보험료가 적은 이유
이건희 회장은 국민건강보험 제도상 지역가입자로 되어 있다. 따라서 지역가입자 최고 보험료인 약 219만 원(2013년 기준)을 납부한다. 그러나 고소득 직장가입자의 경우는 근로 소득에 대한 최고 보험료 230만 원과 함께 근로 외 소득이 일정 기준 이상인 경우는 추가로 최고 230만 원을 부담하여 총 460만 원을 납부하게 된다.
사실 이 경우의 고소득 직장가입자는 근로 소득, 즉 월급과 별도로 월 7810만 원을 넘는 근로 외 소득이 있는 사람을 가정한 것으로 일반적 의미의 임금 노동자는 아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다른 사람도 아닌 이건희 회장보다 두 배의 보험료를 내는 직장가입자가 있다는 것에 시민들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국민건강보험 제도는 지역가입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되어 있는 것일까?
그렇게 단정하기는 어렵다. 지역가입자에게 불리한 요소가 있다는 민원 또한 꾸준히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직장가입자가 은퇴할 경우를 보자. 은퇴 시 직장가입자는 소득이 없어지며,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자격이 바뀐다. 그런데 이 때 소득 상실에도 불구하고 주택 보유 여부나 가족 수에 따라 보험료가 오히려 높아져 이에 대한 민원이 종종 발생하는데, 이는 지역가입자가 불리한 경우에 해당한다(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현재 지역가입자로 전환되었을 때 보험료가 오르는 경우 2년 동안은 직장가입자 당시 보험료를 납부하는 임의계속가입 제도 있음).
또한 직장가입자의 경우 배우자나 자녀가 추가적인 보험료 부담 없이 피부양자로서 보험 혜택을 볼 수 있는데, 지역가입자는 원칙적으로 연소자까지 모두 보험료 부과 대상이라는 것도 불리한 요소이다.
국민건강보험 재정은 하나, 부과 체계는 넷
현재 건강보험 부과체계 문제의 핵심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간 유불리가 아니다. 그 보다는 부과 체계가 매우 복잡하게 설계되어 있고, 가입자의 자격이나 소득 수준에 따라 부과기준이 다르다는 점이 문제의 핵심이다.
부과 체계는 보험료를 납부하는 규칙인데 이 규칙이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가입자 간의 형평성 문제를 야기한다. 특히 한국의 건강보험이 2000년 관리운영주체 통합, 2003년 재정통합으로 단일 재정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국민건강보험의 보험료 부과체계는 직장가입자냐 지역가입자냐에 따라 다르고, 각 가입자 별로는 소득 수준에 따라 다시 둘로 나뉜다. 전체적으로는 4개의 서로 다른 부과기준이 있는 것이다.
우선 직장가입자는 기본적으로 근로 소득에 대해서 2014년 기준으로 5.99%의 보험료를 납부하며, 이는 가입자와 사용자가 절반씩 부담한다(근로소득은 7810만 원이 상한 소득이므로 이 금액 초과 소득은 모두 7810만 원으로 계산).
그러나 직장가입자의 근로 외 소득(사업 소득, 임대 소득, 금융 소득, 연금 소득, 기타 소득 등)이 연간 7200만 원을 넘을 때는 이에 대해서도 근로 소득의 본인 부담 비율(5.99% ÷ 2)만큼의 보험료가 추가적으로 부과된다. 따라서 근로자가 내는 본인부담 보험료를 기준으로 보면, 연간 근로 외 소득이 7200만 원을 넘는 경우는 근로소득과 근로 외 소득을 합친 종합 소득에, 그렇지 않으면 근로소득에만 보험료가 부과되고 있는 셈이다.
지역가입자는 직장가입자와 달리 기본적으로 종합 소득, 재산(주택, 토지, 건물, 전월세금), 자동차에 대해 각각 등급을 매기고 각 등급별 점수에 단가(2014년 기준 175.6원)를 곱하여 보험료를 산정한다.
그러나 지역가입자의 과세기준 종합 소득이 연간 500만 원 이하일 경우는 부과 요소에서 실제 소득 대신 평가소득을 적용하여 등급을 매기게 된다. 이 때 평가 소득을 구성하는 요소는 소득, 재산, 자동차, 성별 및 연령, 가족 수이다. 따라서 500만 원 이하 소득자의 경우 재산과 자동차가 평가 소득에서 한 번, 그리고 별도로 한 번, 총 두 번 산정되는 셈이다.
직장가입자의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산정 규칙이 다른 또 한 가지는 보험료를 납부하는 단위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지역가입자는 가구를 단위로 보험료를 납부하기 때문에 세대 단위의 소득이나 자산을 고려하게 되고, 특히 연 소득 500만 원 이하의 가구는 가족의 수가 많을수록 보험료를 더 납부하게 되어 있다.
반면 직장가입자는 가입자 본인의 소득에만 보험료가 부과되고, 그 가족은 피부양자로 인정되어 추가적인 보험료 부담 없이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다. 물론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의 경우 부양 조건과 소득 조건을 만족해야 하는 제한이 있지만, 그 범위가 상당히 넓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부양 조건은 가입자의 배우자, 직계존비속, 형제자매, 배우자의 직계존비속까지 상당히 넓은 범위가 포함될 수 있으며, 소득 조건도 금융 소득, 기타 소득 또는 연금 소득 중 어느 하나가 4000만 원을 넘거나 사업소득이 연 500만 원을 넘지 않는 한 피부양자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처럼 복잡하게 나뉘어져 있는 보험료 부과체계는 가입자가 제도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기본적인 문제점 외에 여러 가지 형평성 문제를 낳고 있다. 비슷한 소득을 가진 사람이라도 그가 직장가입자인지 지역가입자인지, 연 소득이 500만 원인지 501만 원인지에 따라 상당히 다른 보험료를 납부하게 된다. 또한 상당한 수준의 사업 소득이나 임대 소득을 가진 지역가입자가 편법을 활용하여 직장가입자로 포함되어 근로 소득에 대한 보험료만 납부하는 도덕적 해이도 나타난다.
그밖에 소득이 적어졌는데 자격 변화로 보험료가 증가하는 경우나, 평균적인 지역가입자보다 많은 소득과 자산이 있는 사람이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되어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는 등 제도의 합리성이 훼손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소득중심 단일 부과체계로의 이행 필요성, 하지만 어떻게?
그렇다면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제도가 복잡하게 나누어진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하면 그 해결책은 어쩌면 매우 단순할 수 있다. 모든 가입자의 모든 소득에 대해 일정한 비율의 보험료를 부과하는 ‘소득 중심 단일 부과체계’로의 전환이 그것이다. 사실 이에 관련해서는 대다수의 전문가, 시민·사회단체, 노조, 공단, 그리고 정부에 이르기까지 큰 이견이 없다.
소득에 따른 보험료 납부는 건강 보장 재정에 대한 기여가 가입자의 경제적 부담 능력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건강 보장의 기본 목적에 부합하는 것이며, 형평성이나 사회 정의의 차원에서도 설득력이 높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여 현재 보건복지부도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개선 기획단에서 단일 부과 체계로의 전환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하지만 소득 중심 단일 부과 체계로의 이행을 전제로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 어떤 사안들을 고려해야 하는지 검토할 과제들이 존재한다. 똑같은 목적지를 향하더라도 어떤 속도로, 어떤 단계를 거쳐,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와 관련한 몇 가지 논점들을 살펴보기로 하자.
첫 번째 논점. 줄어드는 보험재정을 무엇으로 충당할 것인가?
지난 2012년 건강보험공단에서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지역가입자 790만 가구 중 공단이 과세 소득 자료를 보유한 가구는 44%에 불과하며, 그 중 절반 이상(26%)이 연간 과세 소득 500만 원 이하 세대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지역가입자의 보험료에서 소득이 아닌 요소들, 즉, 재산, 자동차, 성·연령 등에 대한 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68%에 이른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소득 중심 부과 체계로의 변화는 상당히 큰 폭의 보험 재정 감소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제도의 개선을 위해서는 형평성 문제와 함께 재정 감소에 대한 대안을 고려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기본보험료이다. 건강보험이 사회보험의 한 가지임을 감안하면, 모든 가입자에 대해 최소한의 기여를 담보하는 기본보험료는 상당한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기본보험료의 수준은 저소득층의 부담을 고려하여 설정되어야 한다. 기본보험료가 일정 수준 이상이 될 경우 상당수의 저소득 가구는 이를 납부하기 어렵다. 따라서 기본보험료만으로 소득중심 부과체계로의 전환 시 발생하는 보험재정 감소를 충분히 메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012년 건강보험공단이 제시한 '실천적 건강복지플랜'에서는 재정 문제에 대한 또 다른 대안으로 소비세가 제안되었다. 그러나 이는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 물론 소비세 형태를 통해 건강보험 재정의 일부를 조달하는 사례는 서구 국가에서 찾아볼 수 있고, 특히 주세나 담배세처럼 건강 위험을 증가시키는 행위에 대한 과세에는 명분도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간접세는 역진적인 성격을 가지며, 직접세나 사회보험료보다 더 저소득층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따라서 건강보험료의 형평성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 변경으로 인해 발생하는 재정 부담을 간접세로 충당하는 것은 건강보험료의 형평성을 개선할지 몰라도 전체 보험 재정의 형평성은 오히려 악화시킬 수도 있다.
건강보험 부과 체계 개선 시 발생하는 보험 재정 감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건강보험제도 자체에서 재정 중립을 이루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근로 외 소득이 연 7200만 원 미만인 직장가입자에게도 근로 외 소득에 대한 보험료를 부과할 경우 소득에 따른 보험료 부담 원칙에 충실하면서도 보험 재정을 확대할 수 있다.
또한 직장가입자에만 있는 피부양자 제도를 좀 더 엄격하게 적용하여, 경제적 능력이 있는 피부양자를 지역가입자로 전환하는 것도 제도의 형평성 개선과 재정 측면에서 모두 긍정적 효과가 있다. 이와 같은 방안은 보험료 인상이나 정부 재정 투입을 최소화하며 부과 체계 개선으로 인한 보험 재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두 번째 논점. 제도 개선의 속도와 단계는?
소득 중심 부과 체계로의 이행이 궁극적인 개선 방향이라는 것을 긍정한다고 하더라도 그 속도와 단계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제도 환경의 제약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현재의 부과 체계가 가입자의 재산, 자동차, 성·연령과 같이 일반적으로 사회보험 부과에 사용되지 않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 것도 제도 도입 당시의 여건에 따른 것이었다. 행정기관의 소득 파악 능력이 부족하여 과세 소득 자료에 대한 신뢰도가 낮고, 연금 제도의 미성숙으로 거의 대부분의 노인 가구가 파악된 소득이 없는 상황으로 인해 소득에만 보험료를 부과할 경우 상당한 문제점이 예상되었다.
그렇다면 현재의 제도 환경은 어떻게 볼 수 있을까? 현재 지역가입자의 과세소득 파악률은 약 44% 수준이다. 이는 현재의 부과 체계가 도입된 1998년에 과세 소득이 파악된 지역가구가 30%에 불과했음을 고려한다면 분명 개선된 것이지만, 아직까지 충분한 수준인지 의문이다.
노인 가구의 소득 주제도 그렇다. 2012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의 공적연금 수급율은 35%에 불과하고, 연금수급자의 급여 수준도 그다지 높지 않아 근본적으로 개선되었다고 보기 힘들다. 이와 같은 상황을 종합해보면 현재의 제도 환경은 이전보다 개선되었다고 할 수 있지만, 그 수준이 충분하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단시일 내에 소득 중심 부과 체계로 급격하게 전환하는 것은 앞서 언급한 보험 재정상의 문제 및 또 다른 형평성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혁으로 인해 고액의 자산가가 파악된 소득이 없다는 이유로 보험료를 내지 않는 경우가 상당수 발생한다면 이 개혁은 사회적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과세기관의 소득 파악 능력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추진하면서, 일정 기간 동안은 중간 단계를 두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즉, 앞서 언급한 직장가입자의 부과 대상 소득 범위 확대나 피부양자 범위 조정, 지역가입자의 평가 소득 폐지와 같은 제도의 부분적 개선을 시행하되, 소득 중심 부과 체계로의 전환은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제도 변화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세 번째 논점. 저소득 가입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부과 체계 변경 시 고려해야 할 세 번째 문제는 저소득 가입자에 대한 지원이다. 원칙적으로 사회보험으로서의 건강보험은 보험료 납부 능력이 있는 사람을 그 대상으로 하고, 보험료 납부 능력이 없는 사람의 의료비는 공공부조제도, 즉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의료급여에서 제공하는 것이 각각의 제도의 취지에 맞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기초생활보장 제도의 수급자 수가 매우 적어 최저 수준의 보험료 납부조차 어려운 저소득 가입자가 의료급여 대상에 포함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부과 체계 개선 시 기본보험의 도입으로 인해 소폭이라도 현재보다 최저보험료 수준이 높아질 경우 그 문제는 더욱 커질 수 있다. 현재도 건강보험료 납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소득 가구에게 더 큰 부담이 될 것이다.
건강보험제도가 충분히 발달한 서구 국가들의 경우 공공부조 대상자를 포함하여 소득이 낮은 20% 정도에 대해서는 보험료를 면제나 감면해 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의료급여 대상자는 약 150만 명으로 전체의 3%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일부 지자체에서 저소득층에 대한 건강보험료를 면제해주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이것으로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번 기회에 건강보험료 납부가 어려운 저소득계층에 대한 건강보험료 경감 및 면제 기준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저소득층의 건강보험료 지원이 기본적으로는 공공부조 정책의 역할인 최종적인 빈곤 완화에 있음을 고려한다면, 그 재원은 일반 조세에서 충당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일 것이다. 건강 보장의 목적이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기본적인 의료 혜택을 보장하는 것에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는 결코 부차적인 문제가 아니다.
보험료 부과체계 개선과 보장성 확대를 통해 건강보험제도를 지키자
의료법인의 우회적 영리화 조치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를 향해 보건복지부에서는 ‘정부가 건강보험 제도를 잘 지키고 있으므로 의료 민영화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정말로 건강보험 제도를 ‘잘 지키기’ 위해서는 현행 제도가 가진 문제점을 제대로 개선해야 한다.
이는 재정 측면에서 보험료 부과 체계의 개선과 급여 측면에서 보장성 확대를 의미한다. 이 두 과제는 언뜻 독립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실은 밀접하게 관련된 문제이다.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는 필연적으로 보험 재정의 확대를 필요로 하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과 체계의 형평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부과 체계가 정의롭지 못하다고 여겨지는 상황에서 보험료 증가는 많은 가입자들의 불만을 야기할 수 있다.
건강보험 부과 체계를 개선하는 방향이 가입자의 부담 능력에 따른 기여, 즉 소득에 근거한 부과 체계로의 전환임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이를 위해 어떤 요소를 고려해야 하며 어느 정도의 속도로 진행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와 검토가 필요하다.
2000년 의료보험의 관리운영 주체 통합 시 설정된 부과 체계가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것처럼 일단 성립된 제도는 쉽게 바꾸기가 어렵다. 만약 건강보험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간접세의 비중을 높여 전체 건강보장 재원의 누진성을 약화시킨다거나, 제도 변화 과정에서 저소득층에게 불이익을 준다면 이는 사회 정의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 본 칼럼은 프레시안에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칼럼>으로 게재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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