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가 뭐길래 ① (부제 : It's class, stupid!)

Posted at 2011. 11. 22. 23:36// Posted in 시사
  결국 한미 FTA 비준동의안이 전격 날치기로 처리되었다. 헌정 사상 최초의 외국과의 조약에 대한 날치기 처리이며, 매우 이례적인 '비공개 본회의를 통한' 날치기였다. (누가 누가 찬성했나를 숨기기라도 하고 싶었던 모양인데, 안타깝게도 YTN이 찍은 화면 캡쳐 하나로 다 뽀록났다. 뉘들 다음 총선 때 보자.) 사실 18대 국회는 '날치기 국회'라고 할 정도로 많은 날치기가 있다. 집권당이자 다수당인 한나라당은 3년간의 예산을 모두 날치기로 처리한 바 있으며, 2009년에는 사전투표, 재투표, 대리투표 등 불법적인 수단까지 동원해가며 미디어법을 날치기 처리했다.(이 때 헌재의 과정은 불법이 맞지만 결과는 인정한다는 판결은 지금 생각해도 예술이다. 술은 마셨으나 음주운전은 아니다에 이은 히트작) 한나라당은 총선에서 국민이 과반수의 의석을 몰아준 것이 날치기 하라는 뜻인줄 한 모양이다.

http://khross.khan.kr/124 <<클릭 : 18대 국회 날치기 역사 요약  

  사실 이번 한미 FTA의 날치기 통과는 그 많은 날치기 중에서도 이례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과 미국간의 이익균형이 무너졌다고 지적하고 있으며, 가카도 '비준 후 ISD 재협상론'에서 보듯 일부 조항의 문제를 인정한 바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미 FTA의 처리는 예산안과 달리 시한이 정해져 있는 문제도 아니며, 미디어법처럼 정권재창출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무리수를 둬가며 날치기 처리를 굳이 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일각에서는 BBK나 천안함 등의 문제에 미국이 키를 쥐고 있기 때문에 '가카'의 입장에서 미국에 선물을 줘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도 한다. 일리는 있어 보이지만 확인할 수는 없다. (가카는 절대 그러실 분이 아닌데 ...) 그리고 단지 그것만 이라면 한나라당 국회의원들까지 저렇게 나설 필요가 있는가 싶기도 하다. (설마 진짜 저축은행으로 발목잡힌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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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FTA 규탄 시위대가 물대포를 맞고 있다. 저기에 갔어야 하는데
 몸이 완전치 않은 상태라 못간게 한이라 이렇게 글질이라도 하고 있다.

  하지만 한미 FTA의 본질을 살펴보면, 그것이 한나라당의 다른 날치기들과 매우 일관성 있는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미 FTA는 한국과 미국간 이익균형의 문제가 아니라 거대 자본의 이익과 서민의 이익이 충돌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시다시피 미디어법은 거대 언론 재벌의 방송진출을 보장해준 법안이며, 3년간의 예산 날치기 처리에서 주로 문제가 된 것은 서민/복지관련 예산의 축소였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번에 한미 FTA와 함께 처리된 법안 중에 금산분리를 완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끼어 있음은 의미심장하다. 

  한미 FTA가 한-미간의 문제가 아닌 재벌-서민 간의 문제라는 이야기를 좀 디벼보자. 많은 사람들이 ISD 이야기를 하며 '사법 주권을 통째로 넘겨준 것'이라고 말한다.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우리 나라의 투자자도 미국을 재소할 수 있다. 우리 투자자의 권리도 보장하는 것.' 이라고도 한다. 이것도 일단 일리는 있어 보인다. 여기서 양국 간 힘의 차이, 다국적 기업의 파워 차이 등등을 논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집중해야 할 것은 '투자자의 권리'라는 부분이다. ISD의 쌍방은 '투자자'와 '국가'다. 즉, 국가의 규제 정책이 투자자의 이익을 훼손할 경우 투자자가 재소할 수 있다는 것이란 말이다. 그럼 생각해보자. 국가가 왜 규제를 할까? 여러 경우가 있겠지만 많은 경우 약자, 즉 서민의 이익을 보전하기 위해서 혹은 공공의 이익을 보전하기 위해서이다. SSM 관련 법안이나, 공정거래법 같은 것을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그럼 투자자는 누구일까? 옆집 사는 김씨 아저씨가 미국에 투자하거나, 볼티모어에서 그레이하운드 타고 뉴욕에 가서 'Occupy Wall Street' 시위에 참가하고 있는 배관공 스미스씨일까? 뭐 그럴 수도 있겠지만 한 나라를 재소까지 한다는 생각을 하는 투자자가 그렇지는 않을거다. 론스타나 맥쿼리 같은 거대 금융자본이라고 봐야지. 한국에서는 삼성이나 현대차 정도는 되어야 미국느님 땅에 투자도 좀 해보지 않겠는가. 결국 ISD는 김씨 아저씨와 배관공 스미스씨의 권리를 제한하고 '먹튀자본' 내지는 '재벌기업'의 이익을 보장하는 수단입을 쉽게 알 수 있다.

  '에이, 재소할 수 있다는 거지 그걸 설마 일일히 재소야 하겠어?', '투자자가 승소한 경우도 별로 없다던데?', '공공정책은 대상이 아니라던데?'라는 쓸때 없는 걱정을 하시는 김씨 아저씨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실재로 제소가 이루어진 볼리비아 수도민영화까지 멀리 가지 않더라도, SSM 관련 법안에 외교부가 '한-EU FTA와 충돌해서 안됨'이라는 의견을 냈다는 이야기나, 4대강 공사로 늘어난 중장비의 사후관리를 위해 규제를 도입하려던 시도가 역시 외교부의 '한-미 FTA에 위배되서 안됨'이라는 의견으로 무산되었다는 이야기(외교부는 어느 나라 조직이야?)를 봐도 한-미 FTA가 어떻게 작용할 지 알 수 있다. 한-미 FTA는 정부의 공공정책 확대를 싫어하는 국내외의 세력들에게 훌륭한 명분을 제공해준다. 요즘 여기 저기서 복지, 복지 하는데, 한-미 FTA를 통해 보수의 꼬깔콘까지 나서지 않아도 복지제도 도입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미 FTA는 미국의 거대자본 뿐 아니라 한국의 재벌들도 적극 환영하는 것이다. 미국 시장에 수출해야 하는데 당연히 환영하는 거 아니냐고? 그건 일부분일 뿐이고, 실재로 한-미 FTA의 수출진작 효과는 그다지다. 기껏해야 자동차 정도인데, 사실 자동차는 관세율도 낮고 현지 생산이 많아서 큰 효과도 없다. 그나마 그 관세 철폐도 가카가 통크게 양보해서 유예되어 버렸고. 재벌들이 FTA를 환영하는 이유는 이 조약을 통해 복지국가에 '빅엿'을 먹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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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상급식을 마지막으로 복지 확충은 영영 바이바이일지도 모른다.

  재벌 이야기가 나왔으니 좀 더 해보자. 한국의 재벌 of 재벌 하면 역시 건희 아저씨가 버티는 삼성이다. 한국의 재벌 of 재벌답게 삼성이야말로 한-미 FTA를 가장 환영하는 집단이다. 다른 재벌들과 마찬가지로 복지국가에 빅엿을 먹이는 효과는 기본으로 깔고, 거기에 보험과 영리병원을 얹으면 삼성의 트리플 크라운이 완성된다. (민주당의 배신자 김진표와, 외교통상위 위원장 남경필이 괜히 삼성의 도시, 수원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게 아니다.) 알다시피 FTA는 경제자유구역에 영리병원을 짓는 것을 허락하고 있으며, 영리병원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에서 제외될 예정이다. 김씨 아저씨의 의료보험증을 여기서는 안받는다는 말이다. (물론 요즘 들고 다니는 사람은 없지만...) 그럼 그 어마어마한 병원비는 어쩌나? 복제약 사용이 제한되어 (역시 한-미 FTA의 내용 중 하나다) 훌쩍 뛰어오른 약값은 어쩌고? 방법은 있다. '또 하나의 가족' 삼성생명의 사보험을 드는 것이지. 물론 보험금은 비싸다. 사보험은 회사에서 돈 안내주거든. 이렇게 삼성은 '삼성의료원'을 레버리지로 영리병원에서 꿩먹고, 삼성생명/화재를 통해 알먹는다. 우리집이 송도도 아닌데 그 병원 안가면 된다고? 영리병원으로 인한 병원비 상승은 당연히 일반 병원의 병원비 상승에 명분을 제공하게 될 것이며, 한 번 구멍이 뚫리기 시작한 당연지정제는 점점 더 큰 구멍이 뚫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 국가가 제공하는 건강보험을 안받겠다는 병원들이 점점 늘어난다는 이야기지. 이게 바로 '의료 민영화'다. 물론, 영리병원이 당장 의료민영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 방향으로 한 걸음 더 나가는 것은 틀림없으며, '미끄러운 비탈길'을 타고 미국의 의료체계에 가까워질 가능성은 결코 적지 않다. 역시, 이건희 만세다.

  잘 알다시피 가카는 전봇대 뽑기에서 시작해서 3년간의 예산 날치기, 부자감세, 고환율 정책 등 일관되게 재벌 대기업의 손을 들어주는 정책을 써왔고, 한-미 FTA의 날치기 통과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 그로 인해 피를 보는 것은 나나 당신 같은 서민들이고, 이익을 보는 것은 미국의 다국적 자본과 한국의 재벌 대기업이다. 이것은 이익균형의 문제도 아니며, (그런 성격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불평등 조약의 문제만도 아니다.

  이것은 결국 '계급'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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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건 몰라도 '지지층에 대한 철저한 헌신'과 '일관성'만큼은
          가카를 따를 사람이 없다. 이런 건 본받아야 한다.


... 2편에서는 일관성 있는게 가카뿐인지 한 번 생각해보자.
2편 보기 : 2011/11/24 - [시사] - 한미 FTA가 뭐길래 ② (부제 : It's class, stup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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