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조작

Posted at 2012. 3. 20. 22:37// Posted in 시사
최구식이라는 양반의 보좌관이 선관위 홈페이지를 디도스 공격했고, 의원은 몰랐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은 실소를 날렸다. 물론 사건의 본질은 최구식이 그 사실을 알았냐 여부에 있지 않은 일이지만 그걸 떠나서 보좌관이 한 일을 국회의원이 전혀 몰랐다는 것이 말이 되냐는 반응도 많았다.

임종석 전 의원이 사무총장 - 국회의원 후보가 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비판을 했던 것은 저축은행비리와 관련해 보좌관이 돈을 받았다는 것이 법정에서 인정되었다는 점에 기인했다. 임종석 의원의 주장대로 그가 몰랐을 수도 있으나, 알았다면 공범이고 몰랐다면 직무유기에 해당한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 이정희 의원의 보좌관이 저지른 일종의 '부정선거'로 인해 이정희 의원은 재경선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후보직 사퇴가 아닌 재경선인 이유는 보좌관 개인의 행위였을 뿐 조직적 부정경선은 아니라는 데 있다고 한다. 하지만 위의 두 사건에서 우리가 국회의원 - 보좌관을 연결지은 방식을 고려해볼 때, 보좌관의 '개인적(이라 주장되는)' 행위는 조직적 행위에 준하게 취급받는 것이 옳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정희 의원이 후보 자격을 포기하는 것이 더 적절한 대응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정희 의원을 매우 좋아하고, 그녀가 지난 4년간 국회 안팎에서 해온 일들에 비춰 그녀에게 신뢰를 가지고 있으며, 다음 국회에서 그녀를 보고 싶고 또 통합진보당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길 바라지만, 그래도 이렇게 넘어간다면 진보정치가 기존정치와 차별화된 신뢰를 심어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한가지 꼭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렇게 부정을 저지르기 쉽게 만들어진 경선 시스템의 문제다. 이건 경선 시스템 자체가 부정을 유도하는 수준으로 설계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물론 시간적, 제도적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어 이렇게 되어 있었겠지만 시스템의 상태로 볼 때 아마도 이런 식의 경선조작은 이미 '업계에서는 당연시되는' 수준의 일이 아니었을까. 잘못된 제도는 행위자의 부적절한 행동유인을 증가시키고, 이는 결국 잘못된 행위로 이어진다는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 아는 것 아닌가. 이런 시스템에 의존한 단일화니 경선불복하겠다는 사람도 나오는 것일게다.(물론 불복이 잘하는 거란 말은 아니고.)

여튼 경선문제에 성추행 전력에.... 또 한 쪽에서는 경제민주화 의지가 있네 없네 하고 있고(사실 난 전부터 없다고 생각하긴 했다.)... 이러다 진짜 새누리당이 과반정당 될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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