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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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라즈 파텔(Raj Patel) / 제현주역
출판 : 북돋움 2011.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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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에 읽은 첫 책. 

나처럼 책 읽는 속도보다 책 사는 속도가 빠른 사람은 간혹 사놓고 안읽었던 책을 나중에 보며 이 책을 왜 샀는지 기억이 안나는 경우가 있다. 이 책도 몇 주 전에 사놓고 잊고 있다가 며칠 전에 잡았다. 잡을 땐 그저 그런, 최근 신자유주의의 위기를 설파하고 복지국가로의 회귀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책인가... 하면서 봤는데(그런 책들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워낙 흔해서) 읽다 보니 훨씬 더 근본적인 이야기를 하는 책.

이중운동, 사회적 경제, 생태주의와 같은 현재의 자본주의 체제에 대해 좀 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풍부한 사례와 함께 제시하고 있다.

풍부한 사례가 그 장점이라면 다소 두서가 없는 것과 결국 겨울에 눈내리는 이야기가 결론이라는 것이 그 단점.

'복지국가로의 회귀'를 말하는 책들은 이미 그 체제로 운용되고 있는 모범(북유럽 같은)적인 국가가 있기 때문에 짜임새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 50~60년대 복지국가의 전성기와 지금의 전지구적 환경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부분을 놓치고 있다는 - 즉, 상상력의 결핍이라는 - 한계를 보여주는데, 이 책처럼 보다 근본적인 대안을 이야기하려는 책은 정확히 반대의 장단점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현재의 체제 - 즉 단지 신자유주의가 아닌 자본주의 자체 - 를 넘어설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을 나름의 상상력과 함께 검토해본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전세계는 커녕 하나의 국가 단위에서 추진할 수 있는 수준의 체계적인 대안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단점을 보여준다. 

물론 상상력을 현실로 만드는 것은 실천이고, 그 실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현실을 고려할 때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그러니까 대안의 조야함을 탓할 것이 아니라 당장 무엇이라도 실천해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이다.

재미있는 것은, 묘하게 요즘 읽는 책마다 폴라니가 (중요하게) 언급되고 있다. 자본주의와 마르크스주의의 이분법으로 인해 상당부분 무시당했던 이 위대한 사상가의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일까? 혹은 그냥 우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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