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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에 읽은 책들 2012.01.05
- 1,000회 수요집회 후기 2 2011.12.14
- 단상(2) : 민주당 2011.12.14
- 단상(1) : 자유 2011.12.09
- 집회의 추억 2011.12.03
- 묘한 불편함 4 2011.11.30
- 재능 학습지 노조 농성장 방문기 2011.11.25
- 한미 FTA가 뭐길래 ② (부제 : It's class, stupid!) 2011.11.24
- 한미 FTA가 뭐길래 ① (부제 : It's class, stupid!) 2011.11.22
경제학의 배신 (라즈 파텔 저 / 제현주 역 / 북돋움)
Posted at 2012. 1. 5. 22:21// Posted in 감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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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회 수요집회 후기
Posted at 2011. 12. 14. 23:32// Posted in 시사12시 정도에 집회장에 도착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모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가보니 역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더군요. 제가 도착했을 때는 (아마도) 행사가 막 시작되었을 때인 것 같았습니다. 역시나 의미 있는 행사에 많이 참가하시는 권해효씨가 듣기 좋은 목소리로 사회를 보고 있었으며, 김여진씨의 모습도 보였습니다. (이서진씨도 오셨다는데 못봤습니다. 뿐만 아니라 정봉주, 정동영, 권영길씨 같은 분들도 오셨다는데 못봤습니다. 흑...) 이런 저런 순서가 있었지만 기억에 남았던 것은 (함자가 기억나지 않는) 위안부 할머니의 발언(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주요 정당 정치인들(한명숙, 정몽준, 이정희)의 발언 중 정몽준씨의 순서. 정몽준씨의 순서가 기억에 남았던 이유는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내려와! 내려와!"라고 외쳤기 때문이었습니다. 꿋꿋하게(?) 끝까지 발언하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연대발언 중 여고생들의 발언과 (아이고, 발랄해라...) '그날이 오면'을 불렀던 노래패 공연. 아는 노래라 따라 부르는데 거기서 부르니 새삼 목이 메는 기분이랄까요... 그랬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평화비를 무사히 설치했다는 것인데, 돌아와서 일본 대사관측이 철거를 요구했다는 기사를 보다 또 한 번 전투력이 상승하는 기분이었습니다. 그 후안무치함이란 정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대학시절부터 (주로 그 시절에) 적지 않은 집회와 시위에 참석했던 편인데, 매주 멀지 않은 곳에서 있었던 수요집회에는 한 번도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 지하철을 타고 오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한 번도 참가하지 않았을까...?
솔직히 말하면 사안의 정치성에 대해 낮게 보고 있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집회의 필요성이나 중요성, 정당성에 대해 달리 생각했을 리는 없지만, 다른 집회들에 비해 정치적 우선순위를 낮게 생각했다고 할까요? 한나라당의 정치인조차 와서 연대발언을 한다는 것을 보면 이 집회가 현재 우리 사회의 핵심적인 모순을 보여주는 집회는 아니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주로 대학시절에 말이죠. 졸업하고 최근까지는 사실 이런 저런 생각조차 없이 살았죠. 부끄럽게도.)
하지만 좀 더 생각해보면서 저의 그런 시각이 얼마나 근시안적인 것이었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좀 더 장기적이고 긴 시각에서 보면, 이 문제만큼 여러가지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문제가 없거든요. 인권의 문제, 여성의 문제, 평화의 문제, 국가권력의 문제와 같은 큰 틀에서 굉장히 중요한 사안들을 담고 있는 문제임과 동시에 수십년의 세월이 지날 때까지 사과 한 마디 듣지 못하고 있는 할머니들을 생각하면, 정치적 의미 이전에 가장 본원적인 인륜의 문제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덧붙여, 지금 우리 사회에 팽배한 배금주의, 효율 제일주의, '실용'이라는 이름하에서 이루어지는 정당성의 외면의 문제가 역사적으로 시작된 것 또한 식민지 시절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방 이후 친일파 청산에 실패하고, 일제와는 독재 정권의 굴욕적인 한일회담을 통해 스스로 정당한 사과와 배상을 받을 기회를 포기하면서, 우리 사회에서 '정의'와 '역사청산'이라는 문제는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해방된 국가에서 친일파, 부역자를 기용하며 '국가를 운영해 본 경험이 있어서'라는 실용의 논리를 내세웠으며, 한일회담에서도 경제개발의 중요성이라는 실용의 논리를 내세웠습니다. 거기에서 모든 것이 출발했습니다. 이와 같은 실용의 이름으로 정의를 짓밟는 논리는 경제개발의 이름으로 독재정권을 정당화하고,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며 학살자에게 면죄부를 주고, 경제위기를 우선 극복해야 한다며 재벌에게는 특권을, 노동자에게는 정리해고를 주는 식으로 수없이 변주되며 우리 사회와 역사에 무수히 많은 오점을 찍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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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면이 있긴 하겠지만 저는 연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혐짤 죄송...
지난 17대 대통령 선거에서 현 대통령을 찍은 많은 사람들의 생각은 '비리도 많고, 범죄자일 수도 있다는 거 안다. 하지만 나를 부자로 만들어줄 수 있다면 상관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욕망에 투표한 것이죠. 지금 이 혼란스러운 정치현실과, 전보다 더 힘들어진 서민의 삶은 그 선택에 대한 대가입니다. 18대 국회 수도권에서 대거당선된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은 매해의 예산안과 미디어법, 그리고 한미 FTA를 날치기 통화시켰습니다. 그 선거의 뒤에도 뉴타운이라는 부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이 자리하고 있었음을 기억합니다. 무엇이 올바른 선택이냐 이전에 무엇이 나에게 이득이 되느냐를 생각한 결과라는 이야기죠.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리고 이 또한 그 연원은 식민지와 해방, 그리고 역사청산의 실패로부터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볼 때 위안부 문제는 우리 역사의 잘못 끼워진 첫단추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그런 생각이 들어 그간 이 문제에 '정치적 우선성'이 없다고 여긴 저의 생각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리고 오늘이라도 그 자리에 참석한 것이 다행이라는 작은 위안도 함께 들었습니다.
후기가 너무 길어졌네요. 마지막으로 할머니들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꼭 살아서 사과받으셔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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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1) : 자유
Posted at 2011. 12. 9. 13:31// Posted in 기타정치학을 전공해놓고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무식함을 드러내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런 이유로해서 책에서 '자유'나 '자유주의'라는 단어를 보면 머리가 아파올 때가 많다.
나의 짧은 소견으로는 '자유'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인간이 그를 제약하는 속박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함축하고 있는 바, 이는 그 시대 그 사회에서 인간을 가장 속박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즉, 시간과 공간이라는 맥락 속에서 자유를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인데, 그런 의미에서 '시장의 자유'를 강조하는 것은 지금 시대 우리 사회에 있어서는 진정한 의미의 '자유'라고 하긴 힘들지 않을까? 왜냐하면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대다수의 사람에게 '시장의 자유'는 그들을 자유롭게 하기보다는 구속하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 운운하는 어떤 글을 보다가 문득 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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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느낀 불편함의 정체는 위에 언급한 친구처럼 과거의 경험 때문은 아니고, 진중권씨가 말한 것과 같은 '구전문화로의 회귀'는 더더욱 아니었으며, 허지웅씨가 이야기한 '선동꾼', '반지성주의' 때문도 아니었다. 오히려 나는 나꼼수의 문화적(혹은 매체적) 성격에 대해서는 그간의 진보적 메세지들이 지나치게 진지하고 엄숙하여, 받아들이는 이를 질리게 하는 측면이 있었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로 마땅히 칭찬할만하다고 생각한다. |
내가 느낀 불편함은 나꼼수가 의제를 선정하는 방식에 대한 것이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이십 몇 회인가 이후 '서울시장 선거'와 '한미 FTA'를 다루는 방식에 있었다. 나꼼수는 서울시장 선거를 후보 확정 전부터 지속적으로 몇 회에 걸쳐 다루었으며, 선거 자체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도와 타이밍으로 다루었나. 이 선거와 관련한 초대손님만 해도 박원순, 박영선, 홍준표, 이정희, 박지원, 문재인 등 숫자도 많고 면면도 화려했다. 나꼼수가 야권연대와 그 연대를 통한 선거에서의 승리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해 굳이 보충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충실했다.
http://beinghere.tistory.com/script/powerEditor/pages/
나 역시 누구 못지 않은 나꼼수의 팬이다. 공연은 못갔지만 전 회를
받아서 들었으며, 김어준 총수의 책도 사서 봤다.
물론 그것이 나를 불편하게 한 것은 아니다. 나도 박원순 후보를 지지했고, 총선과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얼마나 중요한 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를 불편하게 한 것은 오히려 선거가 끝난 시점부터였다. 일정상 서울시장 선거 이후 가장 중요한 정치이슈는 한미 FTA라고 생각했던 나는 당연히 나꼼수도 한미 FTA를 집중적으로 다룰 거라고 생각했다.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 특집방송 같은 것도 하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나꼼수는 한미 FTA를 - BBK나 서울 시장 선거에서 그랬던 것처럼 - 한 회도 집중적으로 다루지 않았으며, 부분적으로 다루기 시작한 것도 생각보다 상당히 늦은 시점부터였고, 다루는 내용도 의회에서 이루어지는 여-야 간의 충돌 중심이었지 한미 FTA 자체의 문제 중심이 아니었다. 물론 최근 방송에서는 점차 비중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이는 문재인과 혁신과 통합, 또 '친노'로 구분되는 일부 '개혁' 인사들이 한미 FTA에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는 것과 묘하게 겹쳐보인다. 명시적으로 한미 FTA 자체에 대한 반대가 아닌 '이명박의 FTA' 및 그 이슈를 다루는 방식으로 반대를 제한하는 듯한 이들의 태도와 나꼼수의 거리가 그리 멀게 보이지 않는다. 한미 FTA 강행 통과 전후에 나꼼수가 이 문제를 다루는 방식은 'FTA 통과를 만든 (주로 한나라당) 의원들에 대한 낙선운동을 하겠다.'라고 하며 노래를 만드는 일과 'FTA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이가 정치권력을 장악해야 한다.'는 것들이다. 모두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해영 교수처럼 한미 FTA 자체의 문제를 짚거나, 우석훈 교수처럼 명료하게 '협상의 폐기'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현실적인 어려움을 지적하면서.
지나친 생각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내가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일 수도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한미 FTA가 시작되었다는 점, 김어준 총수가 유명한 노무현 지지자였다는 점, 문재인 전 수석은 시종 한미 FTA에 대해 애매한 자세라는 점, 김어준 총수가 현재 문재인 전 수석을 대선주자로 적극 지지하는 입장이라는 점 등에 대한 나의 선입견이 나꼼수의 의제설정을 너무 꼼꼼하게(?) 생각하게 만든 것일 수도 있다.
사실 나꼼수가 한미 FTA에 대한 찬성을 표한 것도 아니고, 명료하지는 않아도 비판적인 - 반대에 가까운, 적어도 그렇게 보이는 -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단지 '방송에서 적게 다뤘다.'라는 것만으로 이를 비판하는 것은 지나친지도 모른다. (그래서 '묘한 불편함'이라는 애매한 표현을 썼다.) 하지만 언론이라는 것은 '어떻게 말하는가?' 뿐 아니라 '무엇을 어느 정도의 비중으로 말하는가?'가 매우 중요한 편집 수단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나꼼수는 그런 견지에서 서울시장 선거를, 한미 FTA보다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물론 그럴 수도 있지 않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이 지점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한미 FTA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날카롭게 지적하지 않으면 정치적 민주주의에 충실하지만 재벌 앞에 무력하고, 그 결과로 서민의 삶은 더 피폐해지게 만드는 개혁정권의 한계를 극복할 수 없지 않을까라는 우려 때문이다.
나꼼수는 '한 번도 투표에 나서지 않던 젊은 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내고', '정치에 무관심하던 이들에게 정치의 중요성을 느끼게 한' 오랜 세월동안 진보진영의 누구도 못하던 일을 하고 있고, 그것만으로도 박수받아야 마땅하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박수치고 있다. 그러면서도 굳이 불편함을 이야기하는 것은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라는' 꼴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솥뚜껑을 보더라도 경계하는 자세가 있어야 자라에게 또 물리는 일이 없지 않겠는가 싶어 굳이 글로 정리해본다. 그게 솥뚜껑이 맞기를, 내가 지나치게 예민한 것이기를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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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 학습지 노조 농성장 방문기
Posted at 2011. 11. 25. 16:08// Posted in 연대며칠째 쳐진 기분을 만회하기 위해 전부터 생각만 하고 있던 일을 하나 실천하기로 했다. 바로 재능 학습지 노조의 농성 현장을 찾아가서 지지와 연대, 그리고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기로 한 것.(재능 학습지 노동자 농성에 대해서는 아래 참조) 쌩뚱맞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재능 학습지 노조의 농성에 대한 내용을 알게된 후부터, 그리고 좀 더 가깝게는 최근 유명자 지부장의 인터뷰를 본 후부터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날씨도 차가워졌는데, 거리에서 노숙 농성이라니 얼마나 춥겠는가... 그래서 생각한 아이템이 수면 양말! (내가 산 양말의 사진을 못찍었다...ㅠ.ㅠ 아래는 그냥 비슷한 양말의 이미지.) 최대한 따뜻하게끔 긴 걸로 사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양말만 딸랑 드리기에 좀 뭐해서 엽서를 한 장 쓰기로 했다. 마침 집에서 얼마 전 책 샀을 때 출판사에서 보내온 전태일 40주기 기념 엽서 발견. 노동자에게 연대의 뜻을 표하기에 이 얼마나 완벽한 아이템인가!!
"(전략).. 저도 노동자였고, 또 아마 다시 노동자가 될 것이고. 제가 두 아이의 아빠인데 그 두 아이도 노동자가 될거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니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싸우고 계신 분들이 저나 제 아이들의 몫까지 일하고 계신 거구나...하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든 지지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 용기를 내봅니다....(후략)"
일단 엽서를 쓰고 연대 아이템을 결정한 후 시청역으로 출발... 시청 광장 맞은 편 재능교육 건물 앞 농성장을 두 눈으로 확인했다. 그럼 이제 아이템을 구매할 차례. 그런데 마땅한 마트나 뭐 그런게 없어서 롯데 백화점 근처까지 도보로 이동해서야 양말을 파는 노점상을 발견했다. 노점상! 이런 일에는 노점상이 딱이다. 구매하는 과정에서도 어쩐지 돈 많은 회사에서 사고 싶지가 않거든! (절대... 저렴해서 그런거 아니다...ㅎㅎ) 해고자가 12명이라고 들어서 양말 12켤레 구매 후 편의점에 들러서 봉투를 사서 넣고, 엽서도 같이 넣었다. 이로서 준비 완료!
말이 1436일이지.... 언듯 보기에도 참 추워보인다.
그런데 준비완료한 시간(11시 반쯤?)이 되니 농성장을 지키고 계시던 한 분 외에 다른 분들이 10여분 와서 일종의 약식 집회를 한다. 노래도 부르고... 발언도 하고... 아마 매일 이 시간쯤 하는 모양. 문제는 내가 좀 숫기가 없어서 이렇게 사람이 많으면 다가갈 수가 없다는 거다. 그래서 약식집회가 해산하기를 기다리며 근처에서 커피 한잔... 12시 가까이 되어서도 계속 집회중이라 밥도 먹고 다시 와 보니 비로소 다시 한산해졌다.
조심스레 다가가서, "저기... 안녕하세요?"하니, 농성하시던 여자분(아마 해고자 중 한 분이 아닐까?)이 웃는 낯으로 인사를 받아주신다. 뻘쭘했지만 용기를 내서 나는 지나가던 시민-_-;;;인데 기사를 보고 너무 추우실 것 같아서 양말을 가져왔다고 내미니 깜짝 놀라며 반기신다. 이름이라도 알려달라고 하시길래 "이름은 알아서 뭐하시게요..."하면서 그냥 가려다가 문득 기사에서 본 '재능교육 OUT 국민운동본부'의 1500인 선언이 생각나서 물어보니 아직 1500명 다 안찼단다. 온 김에 서명하고 선언기금 1,500원 납부. 자연스럽게 이름 및 신원도 노출.ㅎㅎ 트윗 계정 있냐고 물으시길래 알려드리고, 추워도 힘내시라고 말씀드리고 돌아섰다. 참, 자료집도 한 부 받았구나.
1500인 선언 링크 : http://www.eduwork.org/detail.php?number=1545&thread=11r08r03
사실 단체가 아닌 개인으로 농성장 같은 곳을 대뜸 방문하는 건 난생처음인지라 (그냥 계좌로 돈이나 입금했지...) 참 뻘쭘했는데, 인상 좋으신 농성자분 너무 반갑게 맞아주셔서 기분이 아주 좋았다. 돌아서 나오는데 절로 휘파람이 나오는... 며칠째 시청 집회를 갈 수 없는 현실에 우울한 마음이 한 방에 펴지는 기분이었다.
혹시 시청 주위에서 근무하거나 약속, 집회 등으로 그쪽에 가시는 분들 있으시면 한 번 들러서 지지의 뜻을 표현해주시면 참 좋을 것 같다. 생각보다 기분이 많이 좋아진다. 추운데 따뜻한 음료 한 잔 사드리고... (보통 한 분이 지키는 것 같다. 약식집회 하는 시간 빼고.)
사람들이 많이 가서 힘을 주면 좋겠다. 하지만 실은 사람들이 많이 갈 필요도 그럴 시간도 없게, 이제 그만 잘 해결되어 농성이 끝나면 더 좋겠다.
우리가 흔히 '비정규직'이라고 뭉뚱그려 부르는 고용유형은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계약 기간이 정해져 있는 '기간제'(가장 흔한 형태), 통상적인 노동 시간보다 짧은 시간 근무하는 시간제(그러나 우리나라는 보통 시간제와 계약직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편이다), 파견/도급/용역/사내 하청을 통칭하는 '간접고용', 그리고 실질적으로 고용된 것과 다름 없이 기업의 지시대로 일해야 하는데도 형식상으로는 사업자끼리의 계약으로 되어 있는 '특수고용'이다.
이 중 재능교육 선생님 (흔히 빨간펜 선생님으로 상징되는)은 네 번째 특수고용에 속한다. (90년대까지는 회사 정규직이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의 보편화와 함께 고용형태가 변경된 경우다.)이 분들은 실제로는 고용된 직원과 다름 없음에도 계약상으로는 개인 사업자로 되어 있어 근로기준법의 적용도 어렵고, 노조 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기도 어렵다.
이와 같은 어려움 속에서 1999년 노조를 설립하고 2000년 7월 비정규직 최초로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교재개선위원회활동과 부정영업근절 활동을 하며 특수고용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그리고 회사의 노조 와해 공작에 맞서 싸워왔던 노조는 2007년 회사의 수수료제도 개악안에 맞서 그 해 12월 21일부터 농성에 들어갔다. 그러자 사측은 전체 조합원을 해고하고, 노조 사무실을 폐쇄하고, 용역을 동원해 노조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법원에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업무방해금지가처분신청'을 내 노조원들이 회사에 접근할 때마다 한 명당 하루 백만 원씩 손해배상금을 청구하게 했다. 그렇게 제소한 금액이 20억이 넘어 노조원들의 집에 가압류 딱지가 붙어 있다. 노조는 사실상 와해되었으며, 현재는 12명이 남아 해고자 복직과 특수고용노동자의 기본권 보장을 외치며 싸우고 있다.
관련링크::
재능교육, 이 정도로 활당할 줄 몰랐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548358
압류딱지로 돌아온 재능교육의 '행복경영'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26505
김규항의 좌판(5) : 유명자 학습지노조 재능기업지부 지부장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11151953445&code=2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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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가 뭐길래 ② (부제 : It's class, stupid!)
Posted at 2011. 11. 24. 00:03// Posted in 시사1편 먼저보기 : 2011/11/22 - [시사] - 한미 FTA가 뭐길래 ① (부제 : It's class, stupid!)
“이미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간 것 같으며,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힘의 원천은 시장에서 비롯되고 있다”
2005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대/중소기업 상생협력대책회의'에 참석해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 말이 이제부터 남은 임기 동안은 재벌을 개혁하고, 시장을 견제하는 일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선언일거라 생각했다. 아니, 그렇기를 바랐다. 나뿐 아니라 노무현을 지지했던, 그리고 인간 노무현을 사랑했던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가 시장과 경제민주화의 문제에 있어 많은 사람이 기대했던 대로의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면, 대통령 노무현은, 그리고 참여정부는 좀 더 성공한 모습으로 역사에 기억되지 않았을까. 노무현 집권 시기의 한국사회는 이미 5년 전에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루며 정치적 민주화의 과제를 상당부분 달성한 반면, IMF의 여파로 인한 사회경제적 민주화의 문제 - 재벌개혁, 양극화 극복, 고용없는 성장, 비정규직, 청년실업과 같은 - 를 심각한 숙제로 가지고 있었지 않는가.
![]() KTX 여승무원의 직접채용 문제는 참여정부 시절에 발생하여, MB 정부 하에서 해결되었다. 아이러니 하게도... |
참여정부는 왜 사회경제적 민주화의 과제를 수행할 수 없었을까? 문재인 전 수석이 그의 저서 '운명'에서 토로한대로 우리 진보진영 전체의 역량이 부족했기 때문일까? 물론 그런 탓도 있을게다. 선출된 민주정부를 차지했다고는 하지만 관료집단과 보수언론, 그리고 재벌의 강고한 '보수대연합' 앞에 당시 진보진영의 역량은 허약했던 것이 사실이니까. 하지만 17대 총선에서 과반의석까지 확보하고 있던 정부의 책임자 중 하나가 그렇게 말하고 넘어가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지 않나. 혹시 참여정부 내적인 문제가 더 큰 이유는 아니었을까?
앞 글에서는 나름 인터넷 유행어도 쓰고 그랬는데, 이번 글은 어쩐지 진지하게 쓰고 싶어졌다. 그래서인지 읽어보니 참 재미없구나...-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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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가 뭐길래 ① (부제 : It's class, stupid!)
Posted at 2011. 11. 22. 23:36// Posted in 시사http://khross.khan.kr/124 <<클릭 : 18대 국회 날치기 역사 요약
'에이, 재소할 수 있다는 거지 그걸 설마 일일히 재소야 하겠어?', '투자자가 승소한 경우도 별로 없다던데?', '공공정책은 대상이 아니라던데?'라는 쓸때 없는 걱정을 하시는 김씨 아저씨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실재로 제소가 이루어진 볼리비아 수도민영화까지 멀리 가지 않더라도, SSM 관련 법안에 외교부가 '한-EU FTA와 충돌해서 안됨'이라는 의견을 냈다는 이야기나, 4대강 공사로 늘어난 중장비의 사후관리를 위해 규제를 도입하려던 시도가 역시 외교부의 '한-미 FTA에 위배되서 안됨'이라는 의견으로 무산되었다는 이야기(외교부는 어느 나라 조직이야?)를 봐도 한-미 FTA가 어떻게 작용할 지 알 수 있다. 한-미 FTA는 정부의 공공정책 확대를 싫어하는 국내외의 세력들에게 훌륭한 명분을 제공해준다. 요즘 여기 저기서 복지, 복지 하는데, 한-미 FTA를 통해 보수의 꼬깔콘까지 나서지 않아도 복지제도 도입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미 FTA는 미국의 거대자본 뿐 아니라 한국의 재벌들도 적극 환영하는 것이다. 미국 시장에 수출해야 하는데 당연히 환영하는 거 아니냐고? 그건 일부분일 뿐이고, 실재로 한-미 FTA의 수출진작 효과는 그다지다. 기껏해야 자동차 정도인데, 사실 자동차는 관세율도 낮고 현지 생산이 많아서 큰 효과도 없다. 그나마 그 관세 철폐도 가카가 통크게 양보해서 유예되어 버렸고. 재벌들이 FTA를 환영하는 이유는 이 조약을 통해 복지국가에 '빅엿'을 먹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게 맞다.
잘 알다시피 가카는 전봇대 뽑기에서 시작해서 3년간의 예산 날치기, 부자감세, 고환율 정책 등 일관되게 재벌 대기업의 손을 들어주는 정책을 써왔고, 한-미 FTA의 날치기 통과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 그로 인해 피를 보는 것은 나나 당신 같은 서민들이고, 이익을 보는 것은 미국의 다국적 자본과 한국의 재벌 대기업이다. 이것은 이익균형의 문제도 아니며, (그런 성격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불평등 조약의 문제만도 아니다.
이것은 결국 '계급'의 문제이다.
다른 건 몰라도 '지지층에 대한 철저한 헌신'과 '일관성'만큼은
가카를 따를 사람이 없다. 이런 건 본받아야 한다.
... 2편에서는 일관성 있는게 가카뿐인지 한 번 생각해보자.
2편 보기 : 2011/11/24 - [시사] - 한미 FTA가 뭐길래 ② (부제 : It's class, stup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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