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것이 살아남는 경제의 숨겨진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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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정태인
출판 : 상상너머 2011.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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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의 가장 중요한 독서목표를 '고전읽기'로 정하면서 나의 독서 전략(?)은 고전과 좀 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트렌디한 책을 동시에 읽는 것이다. 물론 3월부터 다시 학교를 다닐 예정인고로 개강하면 여러가지가 달라지겠지만 적어도 다음달 말까지는 그렇다. 이렇게 방향을 잡은 이유는 과거에 (많지는 않아도) 고전을 좀 읽어보려고 시도한 바, 고전만 읽다가는 자칫 독서 자체가 재미없어질 수도 있고 (마크트웨인이 그랬지 않는가, 고전이란 누구든지 읽어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이지만, 실은 아무도 읽기 싫은 책이라고) 고전읽기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할 때 최근에 나온 책을 영 읽기 힘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읽고 있는 고전인 '국부론'의 짝으로 뭐가 좋을까를 고민하다가 내가 자주 참고하는 대한민국 최고의(주관적으로) 씽크탱크 중 하나인 '새로운 사회를 위한 연구원'의 원장인 정태인씨의 이 책을 골랐다. 많이들 아는 것처럼 '이기적 인간'에게 생명력을 부여한 국부론의 짝으로 '이기적 인간'에 대한 부정과 극복을 이야기한 이 책만큼 잘 어울리는 것이 어디있겠는가!

  그래서 잡았는데, 안타깝게도 국부론 상권도 다 읽기 전에 끝내버렸다. 일단 책이 얇고 내용이 (결코 평이하기 어려운 논의임에도) 매우 평이하기 때문이다. 화장실에서 일보면서만 읽어도 며칠이면 독파 가능하달까. (내가 변비라는 이야기는 아니고...)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마저 가벼운 것은 아니다.

  책의 내용을 조금 스포일러해보면 이렇다. 이른바 신자유주의 경제학, 혹은 조금 폭을 넓혀 현재의 주류경제학은, 그리고 그 경제학이 지배하는 현재의 주류 세계는 '이기적 인간' 즉, '호모 이코노미쿠스'를 상정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행동경제학의 성과를 살펴보면 인간은 이기적이지만은 않다. 인간에게는 이타성도 있고 경쟁이 아닌 협력을 하고자 하는 성향도 있다. 따라서 인간은 '이기적'이라기보다는 '상호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맞다. 바로 이 지점, 즉 인간을 보는 관점의 차이에 시장의 실패를 극복하고, 사회적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가 있으며, 실천적으로는 '국가복지'와 '사회적 경제'가 그 방법이 될 수 있다.

  사실 이 책은 가볍게 읽을 수 있다고 했지만 행동경제학, 게임이론, 사회적경제 등 쉽지 않은 내용들을 조합해서 글을 이끌어가고 있다. 물론 각 분야에 대한 초보적인 이해만 있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다루어져 있으며, 설사 없어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능하도록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다. 사실 합리적기대가설 혹은 효율적시장가설에 상당부분 기대고 있는 신자유주의의 '시장에 맡겨!' 방법은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이미 심각하게 손상되었다. 때문에 많은 이들이 신자유주의 이후를 고민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세계가 아닐까. 이 책은 바로 그 대안세계에 대한 아주 기초적인 안내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충분한 답을 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고민해야 할 그 지점을 건드린다는 면에서는 일독의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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