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국가는 해체되는가
국내도서>사회과학
저자 : 폴 피어슨 / 박시종역
출판 : 성균관대학교출판부 2006.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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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복지국가는 19세기 말에 그 희미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이래 20세기 초의 격변 -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대공황 - 을 거치며 선진 자본주의 국가의 기본으로 자리를 잡았고, 그 후 30년간 자본주의의 황금기를 열었다. 그리고 70년대 중반 Oil Shock와 그로 인한 Stagflation을 겪으며 보수주의적 정치세력의 집중포화를 받게 되고, 결국 영·미를 중심으로 쇠퇴의 수순을 밟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 이 시기 - 즉, 신자유주의의 광풍이 불어닥친 1980~2000년대 - 에 복지국가가 의미있게 쇠퇴하였는가에 대해서는 연구자들의 관점이 다르다. 이를테면 여기서 리뷰할 폴 피어슨 같은 학자는 복지국가는 공격받고 상처받았지만 의미있는 정도의 후퇴가 이루어지지는 않았다고 주장하는데 그 근거는 대략 다음과 같다.

  즉, 복지국가 팽창기에 팽창을 주도했던 세력 - 노동조합과 사민주의 정당 - 은 약화되었지만 기존의 복지국가를 구성하던 프로그램들은 새로운 지지세력을 형성하였을 뿐 아니라, 축소 자체가 갖는 정치적 특성 - 신뢰 획득의 정치가 아닌 비난 회피의 정치라는 - 으로 인해 레토릭에 비해 실제의 축소는 제한적이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피어슨은 권력자원 동원의 측면이나 권위의 집중화 정도, 정부의 행정/재정능력과 같은 복지국가 팽창을 설명하는 전통적인 관점들은 축소의 정치의 특수성으로 인해 그 실효성이 약하며, 따라서 축소의 과정에서는 기존의 프로그램 구조가 어떠했느냐가 핵심이 된다고 말한다. 프로그램별로 상이했던 축소의 결과나 권위가 집중화되었던 영국에서의 개혁이 꼭 미국보다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없었다는 부분 등이 그 근거가 된다.

  그렇다면 축소의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피어슨은 기존 프로그램의 구조가 현재에 어떻게 작용하는가? - 즉, 정책 피드백의 문제를 그 핵심으로 내새운다. 즉, 축소의 과정에서는 행위자가 정치적 비난의 회피를 위해 눈가리기 전략, 분할전략, 보상전략과 같은 수단을 동원하게 되는데 이와 같은 수단이 어느정도 성공적일지에 프로그램의 구조가 영향을 많이 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국의 연금제도는 프로그램의 분절화로 인해 그 이해관계자에게 분할전략을 시도하기 유리했으나 미국의 연금제도는 포괄적 성격의 단일 프로그램으로 이와 같은 전략의 활용이 힘들었으며, 이와 같은 요소가 해당 프로그램의 미래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축소의 정치에서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또한 정책 피드백에서 살펴볼 부분은 무엇인지, 실제 프로그램별 축소 및 체계적 축소는 아래 테이블들을 참고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두 가지만 짚어보고 글을 마치겠다.

  첫째, 저자는 프로그램적 축소의 결과와 체계적 축소의 결과를 살펴보고 이들을 기준으로볼 때 복지국가에 의미 있는 축소는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매우 타당하며 탁월한 연구성과이지만 한 편으로 아쉬운 점은 이와 같은 변화가 정책 수혜자의 삶에 어떻게 결과하였는지에 대한 분석이 있었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예를 들어 저자는 자산조사 소득지지 프로그램과 관련하여 프로그램 축소의 결과 실질적인 축소의 폭은 그다지 크지 않았을 것으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70~80년대의 실업과 빈곤의 증가 양상과 맞물려 이와 같은 프로그램의 변화는 영국과 미국 저소득층의 삶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를 고려할 때도 '변화의 폭은 크지 않았다.'고 단정짓는 것이 적절한가라는 의문이 남는다. 특히 불평등과 빈곤을 측정하는 각종 지표상 20세기 이후 줄곧 감소해오던 불평등과 빈곤이 7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증가세로 돌아서는 중요한 변화가 있었는데, '인민의 삶'이라는 차원에서 이는 매우 중요한 의미라고 생각된다.

  둘째, '복지국가'라는 것이 적어도 어느 정도 수준의 물질과 기회를 그 국가의 구성원에게 분배하는 것이라고 할 때 70~80년대의 복지국가를 구성하는 제도들에 '큰 변화가 없었다.(약간의 축소만 있었다.)'는 것이 과연 '복지국가는 건재하다.'고 결론지을 만한 것인지에 대해 약간의 의구심이 있다. 다시 말하면 '완전고용'과 '포드주의'가 함께 작용하던 복지국가의 전성기의 제도는 70~80년대에 일어난 경제적 변화와 이로 인한 실업증가, 일자리의 양극화 추세와 더불어 오히려 강화되어야 하는 상황이었음에도 오히려 축소되거나 유지되었다는 것은 '복지국가가 제공하는 인민의 삶'이라는 차원에서는 중요한 후퇴일 수 있다. 비유하자면, 인플레이션이 진행되는데 급여는 명목급여 수준에서 고정된 것이라고 할까. 복지의 욕구가 크게 늘어나는데 공급이 유지되었다는 것은 복지 제도 자체가 (심각하게) 축소된 것일 수 있다.

  책의 내용을 정리한 아래 테이블들로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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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축소의 정치에서 고려할 사항

구분

내용

축소의

개념화

① 단기적 삭감 뿐 아니라 장기적 삭감을 고려 (점감주의전략, 수급자격 강화)

프로그램의 지출 뿐 아니라 구조를 함께 고려 (시장지향성 강화, 잔여주의화)

③ 프로그램적 축소 뿐 아니라 체계적 축소를 함께 고려

- 돈줄 옥죄기 : 세금삭감 및 미래 조세증가 방지제도, 조세의 가시성 강화

자산매각, 극심한 적자재정, 복지국가 외 항목의 지출 증가

- 사회복지에 대한 대중의 애착 약화 : 자유시장 이데올로기의 강조 등

- 복지국가 옹호 정치세력 약화 : 노동조합, 이익집단 등

축소의

위험

● 축소의 정치는 신뢰획득의 실천이 아닌 비난 회피의 실천

- 축소 비용은 집중적, 혜택은 분산적으로 표출

- 유권자의 ‘부정편향성’

⇒ 정책목표(복지축소)와 선거승리의 갈등 발생

축소비용

최소화

● 반대세력의 동원가능성 최소화를 통한 축소에 대한 정치적 반발 감소

눈 가리기 전략 : 인과 고리의 차단을 통한 책임 모호화

- 부정적 결과의 돌출성 완화 (예. 점감주의적 삭감)

- 정책과 부정적 결과의 연결고리 약화 (예. 간접세 인상)

- 정책과 의사결정자의 연결고리 차단 (예. 책임 떠넘기기, 삭감의 자동화)

분할전략 : 잠재적 저항 세력을 분할시켜 약화

- 일부 수혜자의 혜택만을 축소

- 서비스 생산자와 소비자의 균열을 유도

보상전략

- 축소의 최대 피해자에게 일정한 혜택을 부여

- 사적 급여의 확대

축소전략

한계

① 눈 가리기 전략 : 효과가 시간적으로 지연되며, 그 사이 정권교체 시 역전 가능

② 분할전략 : 축소 지지자들 또한 소외될 수 있으며, 정책이 비합리화 되는 경향

③ 보상전략 : 비용 부담이 발생하며, 정책이 비합리화 되는 경향

 

2. 팽창과 축소의 국면의 영향요인

 

(1) 권력자원의 역할

복지국가가 탄생시킨 이익집단의 존재로 인해 축소 국면에서 권력자원의 역할은 제한적

구분

내용

영향력

팽창국면

● 노동조합의 권력자원 정도 및 좌파정당의 역할이 결정적

축소국면

● 영/미 공히 노동조합과 좌파정당의 세력이 매우 약화에도 불구하고

축소의 성과는 대단치 않았으며, 프로그램별로 상이하게 나타남

● 축소의 정치는 유권자에게 인기가 없는 정책이라는 점과 복지국가

시대에 형성된 노조와 자율적인 프로그램별 이익집단의 존재

 

 

(2) 정치제도의 역할

정치제도가 축소에 미치는 역할은 복합적이며, 이는 각 프로그램의 특성에 의해 매개됨

구분

팽창국면

축소국면

수평적 통합

통합될수록

유리

복합적 영향

- 유리 : 정책 추진 시 반대파 무산 능력

- 불리 : 축소의 책임이 명확 (인기가 없는 정책이므로)

수직적

통합

통합될수록

유리

복합적 영향

- 유리 : 책임 떠넘기기, 지방정부 간 재정경쟁 유도

- 불리 : 정책 추진력 약화 (축소에 대한 지역의 저항)

정부의

행정능력

높을수록

유리

영향력 낮음

- 축소의 행위자는 관료보다는 정치인 → 행정능력 중요도 약화

정부의

재정능력

높을수록

유리

복합적 영향

- 유리 : 반대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능력 (보상전략 구사)

- 불리 : 재정적자 문제를 축소의 논리로 삼을 수 없음

 

(3) 정책피드백

새로운 정책이 새로운 정치를 낳는다” (E.E. 샤츠슈나이더)

구분

내용

영향력

팽창

축소

자원과

유인동기

정책구조는 해당 프로그램을 둘러싼 자원과 유인동기를 창출하며, 이는 사회집단의 형성과 활동에 영향을 줌

고착효과

정책은 사회적∙경제적 이해관계자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한 편, 다른 정책대안의 비용을 상승시켜 제도의 경로의존을 발생시킴

정책학습

정책이 채택되면 정책결정 관련 주요 행위자가 해당 정책을 학습하게 되고 이후 유사한 문제에 대해 유사한 제도를 도입하도록 영향

정보효과

정책의 구조는 정보비대칭성을 낳을 수 있으며, 이는 인과고리의 길이에 영향을 줌으로써 축소전략의 구사에 영향을 미침

N/A

 

3. 프로그램 축소의 결과

 

(1) 프로그램 별 축소사례 : 프로그램 별로 상이하여, 일반적으로 알려진 수준 보다는 낮은 축소

구분

영국

미국

축소

사유

축소

사유

연금

- 기초연금, 자산조사P/G, 뒤늦은

소득비례 연금으로 분절화

- 소득비례 연금부분의 미성숙

- 민간연금은 공적연금과 경쟁

⇒ 사적대안 통한 공적연금 축소

에 성공 (잠재적 민영화)

- 단일연금 P/G의 포괄적 성격

- 소득비례 연금 부분의 성숙

- 민간연금은 공적연금을 보완

- 보험금 신탁기금 의존 (재정 risk)

⇒ 연동제 변화, 소득세 부과 등

일부 개혁만 성공 (구조적변화 X)

주택

- 광범위한 공공주택 프로그램

- 지방정부의 역할 중요

- 장기적 선행투자 P/G로 축소의

효과의 가시성이 낮음

⇒ 주택매입권을 통한 공공주택

사유화 및 지방보조금 축소를

통한 프로그램 잔여화에 성공

- 잔여적 공공주택 P/G (점증중)

- 권리로서의 수급권 P/G가 아님

- 장기적 선행투자 P/G로 축소의

효과의 가시성이 낮음

⇒ 공공주택 신축을 억제하고 주택

보조금 위주 정책으로 전환함으

로써 성공적 축소

부조

- 포괄적 급부의 범위

- 아동수당, 실업급여 등 보편적

P/G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음

- 중앙집권적 프로그램 구조

- 자산조사 P/G는 이미 잔여화된

상태로 추가 축소 여지 불충분

- 목표간 상충 (근로동기 vs. 재정)

⇒ 재정에 집중하여 점감주의적

축소 전략 구사, 실제 축소는

주택수당을 제외하고는 주변적

- 포괄성이 낮은 급부 범위

- 보편적 프로그램이 별로 없음

- 수직적 분권화된 프로그램 구조

- 자산조사 P/G는 이미 잔여화된

상태로 추가 축소 여지 불충분

- 목표간 상충 (근로동기 vs. 재정)

⇒ 직접적 삭감은 제한적이었으며,

workfare 부분은 오히려 증가,

지방 떠넘기기 전략(신연방주의)

구사하였으나 성과는 제한적

건강

- NHS라는 보편적 건강 프로그램

에 대한 국민의 폭넓은지지

- 민영화의 비용 문제

- 축소의 가시성이 높음

⇒ 공공부문 내부시장 창출로

경쟁원리는 도입하는 수준의

매우 부분적인 개혁

중하

- 공적 프로그램은 제한적으로 존재

- 신탁기금+3자 지불방식으로 재정

문제가 심각한 수준

- 민영화의 비용문제

- 과도한 축소 시 공적 건강보호가

더 심각하게 이슈화될 우려

⇒ 재정문제를 이슈화하여 메디케어

위주의 부분적 축소에만 성공

상병

장애

중하

- 법정상병수장(SSI) 제도

- 민간부문으로의 권한 이양 및

고용주에 대한 보상 전략

⇒ 민영 운영 전환하였으나 공공

비용 지출수준을 그대로이며,

피용자 → 고용자 재분배 초래

중하

- 장애보험(DI) 제도

- 권한을 집중시키는데 성공, 급진적

개혁을 추진하였으나 오히려 강력

한 정치적 반발에 봉착

⇒ 부분적 축소 (큰 정치적 대가)

 

(2) 프로그램의 장기적 구조 변화 정도 : ‘위축’은 인정되나 ‘축소’라 하기는 미흡

구분

영국

미국

사회지출 추이(‘78→’99)

공공지출 44% → 40%

사회지출 24% → 23%

공공지출 21% → 23%

사회지출 11% → 13%

잔여화 정도(‘80→’90)

자산조사 비중 18% 수준에서 유지

자산조사 비중 15% → 24%

 

 

4. 체계적 축소의 결과

구분

내용

영국

미국

대중의 여론

복지국가에 대한

대중적 지지

양국에서 모두 여론은 보수 정권 집권 즈음에 가장 나빴고, 프로그램 축소 추신 시 반전

돈줄 옥죄기

지속가능성 낮은 재원 의존

비복지 지출 항목 증가

조세인하 및 증가 장애 증대

통화주의 정책으로 세수는 오히려 증가했고, 조세 가시성도 감소함

조세 가시성을 증가시켰고 감세와 국방비로 재정적자 대폭 상승

정치제도

권위의 집중화 정도

권위가 집중된 체제에서 더욱 강화 (노동당 지역 영향력 약화)

분산화 강화

- 미래정부 개입 제어

- 지방 간 재정경쟁

- 삭감책임 분산

이익집단

복지국가지지 세력

노조는 약화되었으나 각 프로그램별 이익집단은 대체로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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