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관해서는, 우리는 다음과 같은 이단적인 이론을 받아들여야 한다. 즉 인간의 동기는 '물질적'인 것과 '관념적'인 것으로 나뉘는데, 일상생활이 조직되는 동기는 '물질적' 동기라는 것이다. 공리주의적 자유주의나 통속적 마르크스주의 모두 이러한 관점을 선호했다. 사회에 관해서는, 인간의 경우와 비슷한 다음과 같은 학설이 나왔다. 사회 제도는 경제 체제에 따라 '결정'된다. 이 견해는 자유주의자들보다는 마르크스주의자들에게 훨씬 더 인기가 있다. 물론, 시장 경제 아래서는 두 가지 주장이 다 맞다. 하지만 오직 시장경제 체제에서만 그러하다. 이러한 관점을 과거에 적용하게 되면 시대착오적 입장만 나오게 될 뿐이고 미래에 적용하게 되면 편견만 나오게 된다."
  - 칼 폴라니, "전세계적 자본주의인가 지역적 계획경제인가 외" p25

"아리스토텔레스가 옳았다. 인간은 경제적 존재가 아니라 사회적 존재이다. 물질적 소유를 획득하는 과정에서도 인간이 노리는 것은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사회적 선의, 사회적 지위, 사회적 자산 등이다. 인간은 그러한 목적을 이루는 수단으로 자신의 소유물의 가치를 평가한다. 인간을 움직이는 동기는 보통 우리가 사회적 인정을 얻기 위한 노력과 연결 짓는 혼합적 성격을 띤다. 인간의 생산에 들이는 수고는 사회적 인정을 얻으려는 노력의 부산물에 불과하다. 인간의 경제는 일반적으로 사회적 관계 속에 묻어 들어가 있는 것이다. 사회의 모습이 정반대로 사회가 경제 체제에 묻어 들어간 형태로 변한 것은 전적으로 새로운 사태이다."
  - 칼 폴라니, "전세계적 자본주의인가 지역적 계획경제인가 외" p31

"경제 결정론을 모든 인간 사회에 적용하려는 노력은 망상이나 다름없다. 사회 인류학의 연구에 의해, 사용하는 생산 도구가 사실상 동일하다 해도 그 생산 도구들에 조응하는 제도는 다수라는 것이 밝혀졌다. 시장이라는 제도가 인간적 유대를 멧돌에 갈아 셀렌산으로 부식시킨 듯한 특징 없는 획일성으로 몰아넣기 전에는 제도를 낳는 인간의 창조성이 결코 멈춘 적 없었다."
  - 칼 폴라니, "전세계적 자본주의인가 지역적 계획경제인가 외" p41

"자유 방임 철학이 우리에게 해줄 수 있는 이미 지나가버린 산업 문명의 시대에 끝났다. 그것은 인간을 가난하게 만든 대신 사회를 부유하게 만들었다. 오늘날 우리는 생활의 충만함을 인간에게 되돌려주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비록 기술적으로는 효율성이 덜한 사회가 되더라도 말이다."
  - 칼 폴라니, "전세계적 자본주의인가 지역적 계획경제인가 외" p43

"노동 시장, 토지 시장, 화폐 시장이 시장 경제에 '필수적'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인간과 자연이라는 사회의 실체와 경제 조직이 보호받지 못한 채 그 '악마의 멧돌'에 노출된다면, 어떤 사회도 무지막지한 상품 허구의 경제 체제가 몰고 올 결과를 한순간도 견뎌내지 못한 것이다."
  - 칼 폴라니, "전세계적 자본주의인가 지역적 계획경제인가 외" p63

"하지만 산업 생산이 복잡해질수록 공급을 보장해야 할 산업 요소들의 종류도 늘어났다. 그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요소는 노동, 토지, 화폐였다. 상업 사회에서 이 세 요소의 공급을 조직하는 방법은 단 하나, 즉 구매를 통해 얻는 것 뿐이다. 따라서 이 세 가지는 시장에서의 판매를 위해 조직되어야만 했다. 즉, 상품이 되어야 했던 것이다. 시장 메커니즘을 노동, 토지, 화폐라는 산업 요소들에까지 확장하게 된 것은 상업 사회에 공장제를 들여오면서 나타난 불가피한 현상이다."
  - 칼 폴라니, "전세계적 자본주의인가 지역적 계획경제인가 외" p65

"19세기 사회사는 이중적 운동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진짜 상품에 대해서는 시장적인 조직 방식을 확장해나가는 과정이, 허구적 상품들에 대해서는 그것을 제한하는 과정이 나란히 나타났던 것이다. 한편으로는 시장이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시장에 나오는 재화의 양은 엄청나게 늘어났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일련의 법령과 정책의 연결망이 노동, 토지, 화폐에 관한 시장의 활동을 저지하기 위해 만든 강력한 제도들로 통합되었다."
  - 칼 폴라니, "전세계적 자본주의인가 지역적 계획경제인가 외" p67

"어떤 집단을 성공으로 이끄는 것은 그들 자신의 이해관계가 지닌 힘 때문이 아니다. 사실 성공의 비밀은 그 집단이 얼마나 다른 집단들의 이익을 - 자신들의 이익에 포괄시킴으로써 - 대표해내느냐에 달려 있다. 실제로 어떤 집단이 그러한 포괄을 이루고자 한다면 자신들이 지도하기를 열망하는 더 폭넓은 집단의 이익에 자신들의 이익을 갖다 맞춰야 할 것이다. 사회의 대다수는 양대 계급 간의 싸움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아무런 '이해'도 갖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에 이는 더욱 쉬워진다. 사회의 성격이 자본주의냐 사회주의냐에 소규모 중산 계급이나 농민들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가장 결정적으로 관심을 갖는 사실으 사회가 그 둘 중의 하나가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만약 노동 계급이 사회주의를 향한 길에 앞장서고 현실적으로 다른 계급들을 지도하기 위해 자신의 이익을 조화시켜 나간다면 그들은 노동 계급을 따를 것이다."
  - 칼 폴라니, "전세계적 자본주의인가 지역적 계획경제인가 외" p80

"중앙 계획화된 경제 방식의 가장 뚜렷한 결함은, 노동 계급 운동의 구체적 현실과 그 운동이 체현하고 있는 역사적 임무를 조화시키지 못한다는 점과 관계 있다. 관치 경제 이론가들은 노동 조합, 산업 결사체, 협동 조합, 사회주의적 지방 자치 단체들이 사회주의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간과하고 있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이러한 장치들은 경제에 대한 '내적 조망'의 기관들로서 사회주의 발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 칼 폴라니, "전세계적 자본주의인가 지역적 계획경제인가 외" p110

"자유주의적 자본주의는 무엇보다도 먼저 대외 정책의 문제이다. 금본위제의 실패에서 보았든이, 사적 기업이라는 경제 운영 방법이 파산했던 곳도 바로 이 대외 정책의 영역이며, 사적 기업이라는 방법에 집착한 나머지 현실적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곳도 대회 정책의 영역이다. 자유주의적 자본주의는 단순한 하나의 신조에 바탕을 두고 있다. 대외적인 구매와 판매, 대부와 차입 그리고 외환 거래가 벌어지는 단위는 개인들로서, 마치 그들 모두가 같은 나라의 국민인 것처럼 상정하는 것이다. '대외 경제'는 이로써 사적 개인들 간의 문제가 되고 시장 메커니즘음 만국의 대외 경제를 저절로 '균형에 이르게' 해주는 거의 기적에 가까운 힘을 갖는 것으로 신뢰받는다. 이러한 유토피아적인 관념은 현실에서 반드시 무너지게 되어 있으며, 실제로 무너지고 말았다."
  - 칼 폴라니, "전세계적 자본주의인가 지역적 계획경제인가 외"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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