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

Posted at 2012. 11. 8. 23:44// Posted in 성찰

언제나 내 삶은 너무나 평온한 것이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진정한 의미의 '고난'이라든가 '절망'을 경험한 적이 없다. 딱 한 번 진심으로,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일어날까?'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지만, 결국 그마저 1~2일만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노력없이 얻은 것이 내 잘못없이 잃은 것보다 훨씬 많다.'는 결론으로 돌아갔다.

물론, 당연히 이건 참으로 운이 좋다고 말해야 하는 것이고, 마땅히 감사하고 기뻐할 일이지만 한 편으로 고난과 절망을 통해 사람이 얻을 수 있는 성장을 얻지 못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지금 나의 부족하기 짝이 없는 사람됨의 일부는 그 때문이지 않을까.

고난과 절망이 없는 내 삶에서 그 자리를 채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내 생각에 그것은 '부끄러움'인 것 같다. 부분적으로는 고난과 절망이 없는 삶을 살아왔고, 그리 살아가고 있으며, (어쩌면 정당하지 못할 수도 있는) 그 평온함을 스스로 버리지 못한다는 사실 자체가 불러오는 감정으로서의 '부끄러움'은, 다른 어떤 단어들보다 나와 내 삶을 잘 설명해줄 수 있는 단어인 것 같다.

고난이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것처럼, 부끄러움이 내일의 나를 오늘의 나보다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줄 수 있을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어쨌든 스스로의 삶의 평온함을 버릴만큼 자신이 훌륭하지 않다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나는 부끄러움을 자양분삼아 삶을 진전시켜나갈 수밖에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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