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월드컵을 시청하지 않기로 한 이유

Posted at 2014. 5. 22. 15:54// Posted in 기타

생각끝에 올해 월드컵 시청은 보이콧하기로 했습니다. 두 가지 큰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월드컵이 세월호의 슬픔과 분노를 묻어버릴 것을 걱정하는 청년들에 대한 응답'이며 다른 하나는 '월드컵 때문에 거주지에서 쫓겨나 거리로 나앉은 브라질 인민들과, 월드컵 공사 중 사망한 브라질 노동자에 대한 연대의식'입니다. 



링크 : 안산 지역 고교생 "브라질 월드컵 경기가 시작되면 세월호 사고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질까봐 무섭다"

링크 : 브라질 도시빈민의 월드컵 반대 투쟁

월드컵 안본다고 저 문제들에 무슨 실질적인 도움이 되겠냐?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봤습니다. 두 가지 답이 나오더군요. 첫번째는 제가 기억하는 86년 월드컵부터 그 경기들을 시청하던 시간들이 다 추억으로 남아있음을 고려할 때, 시청을 보이콧했다는 기억은 저 자신에게 오래도록 남을 것 같습니다. 그 이유와 함께. 아마도 앞으로의 제 삶에서 한번씩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기억이 되겠지요. 두번째는 '실질적인 도움'을 위한 아이디어인데, 이 문제가 아니었으면 적어도 한국의 경기는 - 치맥과 함께 - 시청했을거라는 전제하에서 한국 경기수에 치맥값 2만원을 곱한 급액을 어딘가에 연대비용으로 사용하고자 합니다. 아직 정하지는 못했지만 세월호 문제가 브라질 인민의 문제와 관련된 것이 있으면 좋을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뭔가 다른 의미있는 곳이 있겠지요.

이와 같은 결정은 순수히 저 자신에 대한 생각이며, 이것을 이유로 브라질 월드컵을 시청하지 말자고 강요하거나 시청하는 사람에 대해 눈꼽만큼의 유감을 갖는다는 것은 전혀 아님을 밝힙니다. 월드컵을 시청한다는 것이 곧 세월호를 잊겠다는 것도, 브라질 인민을 나몰라라 한다는 것도 의미하지 않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글을 본 지인들이 월드컵을 즐기는 와중에 이런 취지로 시청을 보이콧한 사람도 있었지라고 생각하며, 이 두 가지 문제에 대해 한 번 더 떠올려주면 보람이 있을 것 같긴 합니다.

끝으로 마침 불거진 (제 기준에서) 납득이 안가는 선수선발로 이 같은 마음을 먹는데 1g의 도움을 얹어준 홍명보 감독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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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채널e - 눈물의 룰라 (2011-01-25일 방영)

룰라는 대통령 당선과 함께 일정 정도의 '우클릭'을 통해 안정과 성장을 동시에 이루어냈다. 그는 노무현 정무와 마찬가지로 '온정주의적 신자유주의' 정책노선을 걸었지만, 노무현 정부보다는 더 효과적으로 하층민에 대한 지원을 펼쳐서 빈곤퇴치에 불평등 해소에 성공적이었으며, 그의 당선 시에 우파들이 퍼부은 비난과는 달리 안정적으로 경제를 성장시켰다. (물론 브라질의 빈부차가 워낙 커서 시혜적 복지 정책 자체가 상당한 의미를 가질 수 있었다는 점은 노무현 정부와는 환경적 요인에서 다른 점인지도 모르겠다.)

결과적으로 그는 퇴임 시까지 80%의 지지율을 간직한 채로 노동자당 후보인 호세프에게 정권을 인계한다.

노무현 정부가 조금만 더 노무현 전 대통령 그 자신의 정체성에 맞는 정책을 펼쳤더라면 (혹은 펼칠 수 있는 환경이 되었더라면) 어땠을까.... 룰라도 야당시절보다는 우클릭했지만, 적어도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한 정도까지는 아니었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여러모로 아쉬울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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