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2) : 민주당

Posted at 2011. 12. 14. 21:23// Posted in 기타
민주당의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성향은 개혁성이 아니라 보수적 지역주의이다. 즉, 역사적으로 한국의 제1야당은 한편으로는 권위주의적 집권당에 대한 비판을 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전국에서 두번째로 큰 정당'이면서 '특정 지역에서 절대적 역량을 갖는 지배정당'이 가질 수 있는 기득권을 공고히해왔다는 말이다. 그와 같은 기득권을 가질 수 있었던 중요한 요소는 온 사회에 팽배했던 '반공이데올로기'인 바, 이들은 독재정권과 반공 이데올로기의 피해자임과 동시에 어느 순간부터 그 수혜자라는 이중적 위치를 가져왔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현재 민주당 우파라고 할 수 있는, 흔히 '호남보수'라는 비판을 받는 이들의 최대 관심사는 '복지'나 '민주주의의 회복'이 아닌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정권교체'도 아니다. 그들의 최대 관심사는 그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것이며, 정권교체를 포함한 다른 모든 목적은 그 기득권이 지켜지는 범위 내에서만 유효하다. 이들이 민주당의 가장 오랜 뿌리를 가진 세력이라는 것, 노무현이라는 개혁적인 대통령조차 민주당을 민주화하지 못했던 이유는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가장 경계하는 세력은 '가카'도 '한나라당'도 아니다. 가카나 한나라당이 아무리 강해진들,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한 이들의 헤게모니를 흔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들이 경계하는 쪽은 '혁신과 통합', '시민세력', '진보정당'과 같이 이들이 가진 기득권을 '개혁' 또는 '혁신'과 같은 이름으로 흔들 수 있는 세력이다.

여기에 지난 대선, 총선에서의 참패 이후 대거 수혈된 관료 출신 당원들이 더해질 때 마침내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구별하기 힘든 상태로 치닫게 되고, 지금 이들이 보이는 모습이 바로 그것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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