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국내도서>사회과학
저자 : 더글러스 러미스 / 김종철,최성현역
출판 : 녹색평론사 2011.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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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복지국가'를 공부하면서 내내 마음속에 품고 있는 의문 중 하나는 바로, '복지국가는 지속가능할까?'이다. 복지국가의 가장 모범적인 사례라 할 '스웨덴 모델'을 다룬 책을 보다가 '생산부문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스웨덴 복지국가를 지탱하는 데 있어서도 관건이라는 내용을 얼핏 본 이후 생긴 의문인데, 물론 지금의 내 수준에서 이 질문에 대한 어떠한 답도 내릴 수 있을 리는 만무하다.

어쨌든 그런 의문을 품고 있다 보니 생태, 평화 같은 과거에 (분배, 평등 같은 주제에 비해) 많은 관심을 갖지 않았던 영역에 대한 관심을 확장하게 되었는 데 그런 중에 '녹색평론'을 구독하게 되었고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아주 쉽다. 아주 평이하게 쓴 수상록 같은 느낌이라고 하면 될까? 게다가 얇기까지 한 관계로 페이지가 아주 쉽게 넘어간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메세지는 결코 간단치 않다. 저자는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는 평화나 공존과 같은 보편적인 가치이고 이는 좌우의 문제가 아닌 '상식'의 문제라고 말하지만, 이 사회에서 통용되는 '상식'에 전면적으로 도전하는 내용인 까닭에 그 어떤 좌파보다 불온하고 근본적이다.

읽는 과정은 간단한데, 읽은 후 생각하는 과정은 심오한 책이라고 소개한다면 적당할까. 기차간에서 오가며 읽었는데, 한 번 쯤은 차분하게 더 읽어야 할 책이 아닐까 싶다. 

끝으로 책의 느낌을 전달하기 위한 인용구 하나.

"백년전의 세계에서는 자급자족으로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지구 위에 상당히 많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들은 1933년의 백과사전에 쓰여있는대로, 좀처럼 "착취하기 어렵습니다". 현실에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착취하는 것이 어려운 것입니다. 그런 빈곤을 세번째와 네번째 형태, 즉 착취하기 쉬운 형태로 전환시킨 것이 경제발전의 정체입니다. 세번째란 인간을 노동자로 만드는 것, 네번째는 인간을 소비자로 만드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을 노동자나 소비자로 만드는 것이 경제발전입니다." (9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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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되려고 하면 원칙적으로 두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자신이 돈을 모으는 방법입니다. 다른 하나는 주위 사람들을 가난하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어느 쪽이든 결과는 같습니다. 부자란 일종의 사회적인 관계, 곧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가리키는 언어입니다. 사회의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이전보다 돈을 많이 가지게 된다고 해도 사회는 풍요로워지지 않습니다. 경제용어로 말하면 그것은 단순한 인플레이션입니다."
  - C. 더글라스러미스,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p86

"백년전의 세계에서는 자급자족으로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지구 위에 상당히 많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들은 1933년의 백과사전에 쓰여있는대로, 좀처럼 "착취하기 어렵습니다". 현실에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착취하는 것이 어려운 것입니다. 그런 빈곤을 세번째와 네번째 형태, 즉 착취하기 쉬운 형태로 전환시킨 것이 경제발전의 정체입니다. 세번째란 인간을 노동자로 만드는 것, 네번째는 인간을 소비자로 만드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을 노동자나 소비자로 만드는 것이 경제발전입니다."
  - C. 더글라스러미스,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p92

"정의란 정치용업입니다. 빈부의 차이는 경제활동으로 고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빈부의 차이를 고치려고 한다면 정치활동, 즉 의논하고 정책을 결정하여, 그것을 없앨 수 있는 사회나 경제 구조로 바꾸지 않으면 안됩니다."
  - C. 더글라스러미스,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p93

"어떻게 하든지 매년 경제성장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시스템이면 '진짜 필요한 물건'만을 생산할 수가 없습니다. 필요없는 물건을 생산하여, 그것을 광고로 어떻게든 팔아가지 않으면 성장은 계속되지 않습니다."
  - C. 더글라스러미스,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p110

"민주주의의 필요조건은 사회에 여가, 자유시간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가가 없으면 민주주의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모여 의논을 하고, 합의를 하고, 정치에 참가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그러한 틈이 없으면 정치는 불가능합니다. 여가에 사람은 정치 외에도 문화를 만들고, 예술을 만들고, 철학을 한다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했습니다. 정치적으로 말하면, 그러한 근무시간 이외의 시간이 있어야 비로소 사람들이 모여서 자유로운 공공영역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 그러한 사고방식인 것입니다."
  - C. 더글라스러미스,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p137

"경제제도를 민주화하는 과정의 첫걸음은, 경제적인 결정이라고 말해지는 정책결정의 대부분이 실은 경제적인 것이 아니라 정치적 결정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일입니다."
  - C. 더글라스러미스,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p146

"20세기, 특히 20세기 후반에는 제2장과 3장에서 소개했듯이 정치·경제론이 세계적인 패권을 잡고, '상식'이 됐습니다. '정당한 폭력'을 독점하는 나라를 만들고, 안전과 질서를 보장받습니다. 그리고 국가를 단위로 경쟁하면서 산업혁명으로부터 시작된 경제 시스템을 세계 구석구석까지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 과정을 1945년까지는 '제국주의'라 불렀고, 1946년경부터는 '경제발전'이라 불렀고, 현재는 '글로벌라이제이션', 즉 세계화라 부르고 있습니다."
  - C. 더글라스러미스,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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