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2)

Posted at 2013. 4. 23. 10:21// Posted in 시사

관련기사 : “진보적이라 대선에서 실패했나”  민주당 ‘강령 중도화 추진’ 격론


민주당은 정말 "좌파적인" 정책을 제시한 나머지 중도파로부터 외면당해서 선거에서 패한 것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난 지방선거 - 총선 - 대선을 거치며 과거에 "좌파적"이라고 여겨졌던 의제들 - 보편적 복지나 경제민주화 같은 - 은 시대정신에 가까운 위치를 차지했으며 이는 민주당 뿐 아니라 새누리당도 동일한 의제를 자신들의 정책으로 녹이고 있었음에서 드러난다. 즉, 정책 측면에서 패인은 오히려 '민주당의 좌클릭'이 아니라 '새누리당의 좌클릭'에 있었으며 새누리당의 "좌파적"의제 차용에 대해 민주당이 전혀 차별화하지 못했던 것이 문제였다. 따라서 지금 민주당 일각에서 선거 패배의 원인으로 몰아세우는 "좌파적" 정책은 적합한 민주당 패배의 원인이 아니다.


그럼 현재 "민주당의 우클릭"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것을 모를까? 


그건 아닐 것이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선거 패배의 진짜 원인이 무엇인가가 아니다. 그들은 본질적으로 새누리당과 그리 다를 바 없는 민주당 내의 수구세력들이고, 비록 '시대정신'에 밀려 '보편적 복지'와 '경제민주화'가 의제로 채택될 때는 어쩔 수 없이 조용히 있었지만 사실상 그와 같은 의제의 실천할 의사는 전혀 없었던 세력이다. 이 점에서 그들과 복지와 경제민주화 공약을 꾸준히 후퇴시키고 있는 박근혜 정부는 매우 잘 통한다. 민주당 좌파라고 할 수 있는 같은 당 내의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그들은 선거 패배를 빌미로 그간 어쩔 수 없이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했던 보편복지나 경제민주화로부터 조금씩 후퇴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그들에게 -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색깔을 가졌던 - 문재인의 당선보다 박근혜의 당선은 "좌파적" 의제로부터 후퇴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었다는 점에서 이롭다. 여당의 공약철회 뒤에 슬쩍 묻어가면 될테니까. 그렇게 본다면 민주당의 상당수가 선거국면에서 문재인의 당선을 그리 돕고싶지 않아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 이상할 게 없다.


이 지점에서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민주당의 진짜 '쇄신'이 필요한 지점은 과연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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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1)

Posted at 2013. 4. 23. 10:18// Posted in 시사

민주당이 혁신이 필요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혁신의 포인트는 '친노'가 아니라 그놈의 계파정치 아닐까. 민주당 계파의 "중간보스"들은 각자의 영역을 구축하고 한국정치 전체를 고려하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심지어 소속 정당의 이익조차 고려하지 않는다. 그러니 문재인을 등판시켜놓고 수비수는 전부 태업한 후, 경기 지고나면 피처에게 책임 다 지라고 하는 것이지.

구태 계파정치 중간보스는 현재의 '주류'에도 물론 있지만(예를들면, 이해찬 같이), 현재의 '비주류'에도 분명히 있다(예를 들면, 김한길). 굳이 따지자면 후자에 더 많은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핵심은 현재의 민주당이 혁신을 위해 전선을 갈라 싸워야 하는 것은 주류 vs 비주류 또는 친노 vs 비노가 아니라는 것이다. 전선을 잘못 긋고 싸우면, 누가 이기든 모두 함께 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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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에 관한 두 가지 단상

Posted at 2012. 4. 4. 09:48// Posted in 시사

1. 환원주의적 오류

민주당에도 꽤 좋은 정치인들이 많다. 천정배, 최재천, 이종걸, 정동영(이 사람은 진짜 환골탈태한 것 같다..), 김정길, 김정애 같은 사람들은 어느 정당의 누구와 비교해도 매우 훌륭한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이 많으니까 민주당도 좋은 정당이려니 생각한다면, 그런 것을 두고 환원주의적 오류(반대로 집단의 정체성을 보고 개인을 판단하는 것은 생태적 오류)라고 한다. 개인으로서의 정치인들이 좋은 것과 그 사람이 소속된 정당이 좋은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특히 그 정당이 지난 날에 다수당이었을 때 제대로 된 개혁을 전혀 못했다든가, 위에 언급한 좋은 정치인들의 당내 입지가 취약하다든가, 좋은 정치인들의 수만큼 (혹은 더 많은) 나쁜 정치인들을 가지고 있다든가, 당내 헤게모니를 가진 정치인들이 과연 좋은 정치인들이라 할 수 있는 지 헷갈린다면 더욱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혹시 야권단일후보에게 투표하기로 결정한 사람이라도 정당투표에 있어서는 아주 신중할 필요가 있다. 총선이 끝난 후에 만약 민주당이라는 정당이 다수당이 되어 있다면, 더욱 주의해서 이들을 살펴보고 견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민주당이 단독과반은 안되고, 진보정당들과 합쳐서 과반이 되는 것이 최선일 것같다. (이 경우 진보정당들의 의석이 적을 경우 새누리당의 의석이 지나치게 많아진다는 역효과가 있긴 하다.)


2. 예의

예전에 모 정치인이 '진보정당에 투표하는 것은 사표'라는 발언을 한 적이 있었다. 자신의 정당을 밀어달라는 의미였겠지만, 이른바 '개혁적' 진영에 속한다는 정치인이 할 말은 아닌 것 같다. 누구에게 투표를 하든 그것은 본인의 정치적 의사표현이다. 단순다수대표제하의 선거는 전략적 투표를 강요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전략적 투표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그 표가 향하는 정당이 우리 사회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지만 아주 소중한 가치를 대변하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최근에 어떤 정당의 지지자들이 다른 어떤 정당에 대한 투표는 사표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SNS에서 더러 볼 수 있는데, 이건 정말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못한 행동이다. 자신의 그런 행위가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주관적으로 이번 선거에서는 정당투표 4번과 11번, 16번은 서로 다르지만 중요한 가치를 담고 있다고 생각하며, 서로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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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2) : 민주당

Posted at 2011. 12. 14. 21:23// Posted in 기타
민주당의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성향은 개혁성이 아니라 보수적 지역주의이다. 즉, 역사적으로 한국의 제1야당은 한편으로는 권위주의적 집권당에 대한 비판을 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전국에서 두번째로 큰 정당'이면서 '특정 지역에서 절대적 역량을 갖는 지배정당'이 가질 수 있는 기득권을 공고히해왔다는 말이다. 그와 같은 기득권을 가질 수 있었던 중요한 요소는 온 사회에 팽배했던 '반공이데올로기'인 바, 이들은 독재정권과 반공 이데올로기의 피해자임과 동시에 어느 순간부터 그 수혜자라는 이중적 위치를 가져왔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현재 민주당 우파라고 할 수 있는, 흔히 '호남보수'라는 비판을 받는 이들의 최대 관심사는 '복지'나 '민주주의의 회복'이 아닌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정권교체'도 아니다. 그들의 최대 관심사는 그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것이며, 정권교체를 포함한 다른 모든 목적은 그 기득권이 지켜지는 범위 내에서만 유효하다. 이들이 민주당의 가장 오랜 뿌리를 가진 세력이라는 것, 노무현이라는 개혁적인 대통령조차 민주당을 민주화하지 못했던 이유는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가장 경계하는 세력은 '가카'도 '한나라당'도 아니다. 가카나 한나라당이 아무리 강해진들,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한 이들의 헤게모니를 흔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들이 경계하는 쪽은 '혁신과 통합', '시민세력', '진보정당'과 같이 이들이 가진 기득권을 '개혁' 또는 '혁신'과 같은 이름으로 흔들 수 있는 세력이다.

여기에 지난 대선, 총선에서의 참패 이후 대거 수혈된 관료 출신 당원들이 더해질 때 마침내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구별하기 힘든 상태로 치닫게 되고, 지금 이들이 보이는 모습이 바로 그것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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